[k1.live] ‘눈물의 기자회견’ 손준호, “중국 공안의 협박 받았다...승부조작 절대 아냐”

정지훈 기자 2024. 9. 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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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지훈(수원)]


수원 FC에서 뛰고 있는 미드필더 손준호가 중국축구협회(CFA)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선수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과 함께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공안의 협박과 회유 때문에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수원 FC의 미드필더 손준호는 11일 오후 4시 수원시체육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중국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해 해명했다.


손준호는 “진실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제는 이렇게 터놓고 응어리를 밝힐 수 있어서 오히려 홀가분하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처음부터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을 흘려도 양해 부탁드린다”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손준호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중국 공안은 공항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손준호를 체포했고, 협박과 회유를 통해 없는 죄를 인정하라고 했다. 결국 손준호는 어쩔 수 없이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손준호는 “저는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가족들이 한국으로 갔는지, 아니면 중국에 남아 있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겁이 났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다시 한 번 중국 경찰은 저에게 제안을 했다.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일에서 15일 뒤에는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외교 문제도 있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를 했다. 저는 몇 번이나 물어봤고, 어쩔 수 없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해야 했다. 너무나 겁이 났고,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앞서 CFA는 10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에 대한 위법 행위 처벌 결정”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CFA는 공문을 통해 “관련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손준호는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부당 거래에 참여했다. 승부 조작으로 불법 수익을 얻었고, 스포츠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하며 스포츠 정신을 상실해 사회적인 악영향을 크게 초래했다”고 전달했다.


이어 “중국축구협회 규율위원회는 '중국축구협회 징계규정' 제2조, 제5조, 제73조, 제74조, 제100-제10조 및 '중국축구협회 윤리와 공정경기위원회 업무규칙' 등의 규정에 따라 다음과 같은 처벌을 내린다”고 말하면서, “손준호는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하는 것을 평생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계속해서 CFA는 “모든 축구 관계자들이 이 사건을 교훈으로 삼고 행실을 깨끗하게 유지하여, 부당한 이익의 유혹에 단호히 저항하고 공정한 경기장 환경을 유지하길 바란다. 모든 협회 회원, 축구 클럽은 서로의 행동을 유의하길 바란다. 축구 산업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중국 축구 이미지를 새로 만들고 중국 축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다하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또한, 국제축구연맹(FIFA)로 이 사건을 올려 이번 징계를 확대할 뜻을 전했다.


손준호는 지난 5월 중국 공안에 의해 연행됐다. 중국 축구계에서 부정행위 척결을 위해 산둥 소속 선수들 및 감독에 대해 수사를 벌이던 과정에서 손준호가 뇌물 수수 및 승부 조작 가담이라는 혐의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KFA)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지만,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10개월이 지난 끝에 손준호는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K리그 복귀를 목표한 그는 K5리그 소속 건융FC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후 지난 6월 수원FC에 정식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오게 됐다. 손준호는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수원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데뷔골을 넣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9월 A매치를 앞두고는 대표팀 복귀 가능성까지 떠올랐다. 하지만 손준호의 이름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손준호를 발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손준호는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과의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계속 중국축구협회에 문의를 하면서 봐야 하는데, 리스크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중국축구협회와 문제가 명확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CFA가 내린 결정으로 인해 손준호가 축구 커리어에 있어서도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현재 손준호 외에도 60명의 중국 선수들이 같은 혐의로 축구 활동 금지를 명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해당 징계의 영향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 선수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손준호 측의 입장은 달랐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10일 ‘포포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당황스럽다. 중국의 징계 발표가 이해가지 않는다. 중국은 처음 손준호를 구금하고 조사할 당시에 비공작인원수뢰죄 혐의라고 했는데, 갑자기 승부조작이라고 밝혔다. 안 한 것을 했다고 하니까, 황당하다”면서 “수원 FC에서 뛰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FIFA로 올라가서 인정된다면 선수가 잘못한 것이겠지만, 저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수원 FC 미드필더 손준호 기자회견 전문]


-중국 협회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한 입장


진실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제는 이렇게 터놓고 응어리를 밝힐 수 있어서 오히려 홀가분하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처음부터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을 흘려도 양해 부탁드린다.


처음 중국 공안에 체포될 때 너무나도 당황스러웠고, 가족들 앞에서 체포가 돼서 심각한 쇼크를 받았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체포 이후였다. 공안이 한국으로 치면 경찰이다. 공안이 핸드폰으로 번역을 해서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를 한다고 보여줬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결백을 이야기했다. 체포가 되고 난 후 몇 시간 뒤에서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통역 분이 왔다. ‘무슨 일이 있는냐’고 물었는데, 죄를 지어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저는 죄를 짓지 않았다고 말을 했고, 변호사를 고용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공안 통역은 큰 일이 아니라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흘러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 끌려가야 했다. 그곳은 중국에 있는 구치소였다. 도착해서 조사가 시작되었는데, 갑자기 중국 공안이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당신의 아내가 이곳으로 체포돼 구치소로 와야 한다’고 겁을 줬다. 그리고 핸드폰 속에 제 딸과 아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떡하냐’며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냐. 그러니 빨리 인정하라’고 강요를 했다.


저는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가족들이 한국으로 갔는지, 아니면 중국에 남아 있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겁이 났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다시 한 번 중국 경찰은 저에게 제안을 했다.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일에서 15일 뒤에는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외교 문제도 있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를 했다. 저는 몇 번이나 물어봤고, 어쩔 수 없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해야 했다. 너무나 겁이 났고,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3주 후, 가족들이 고용한 변호사와 처음으로 접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가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해달라고 해서 모두 말해줬다. 변호사는 왜 잘 못도 없는데 혐의를 인정했냐고 했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조언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을 했다. 단지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빨리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다.


가족들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다면 중국 변호사는 변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외부에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정부와 대한축구협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진술을 번복한 후, 중국 경찰은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제가 무혐의 주장을 하자, 터무니없는 증거를 가지고 와 압박을 했다. 저는 계속 중국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고, 수개월 동안 몇 차례 조사도 받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보여 달라고 신청했지만, 공안은 조사 영상은 없다고 답이 왔다. 음성 파일은 없다고 답변을 했다. 그들이 당당하다면 그 음성 파일을 공개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제가 어떤 식으로 조사를 받았고, 어떤 식으로 자백을 받았는지 과정을 들려줬으면 좋겠다.


떳떳하게 밝히고 싶다. 그들에게 증거라는 것은 초기에 있었던 압박 수사를 통한 저의 거짓 자백뿐이었다. 이후 조사 내용도 무의미한 내용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그리고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 변호사와 영사님 접견이 매주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상의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할 수 있었다. 재판이 있기 전 판사가 따로 불러 내려가니 고위간부와 판사가 서로 이야기를 하며 ‘너는 절대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 무엇이든 하나라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 작은 죄라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나갈지 모른다’고 말을 했다. 저는 생각해 본다고 하며 구치소 방으로 올라갔고, 그후 변호사를 통해 아내의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판사와 고위 간부와 대면을 하게 됐다. 판사는 20만 위안이라는 금액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내로 석방해주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축구 선수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 축구 선수로서 승부조작이 엄청난 불명예라고 생각해왔고, K리그에서 활동할 때도 교육을 잘 받았기에 승부조작이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것은 승부조작이 아니라 금품 수수이기 때문에 축구 선수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제가 한 경기를 이겼을 때 보너스가 16만 위안이었는데, 고작 20만 위안을 벌기 위해 승부조작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약 10개월이 넘게 그 좁은 방에서 20명이 넘는 사람들과 지냈고, 고된 환경에서도 혼자 한국인으로서 생활을 했다. 말 한 마디도 못하며 그곳에서 지내야 했고, 창문만 바라봐야 했다. 하루하루 너무나도 힘들게 생활했기 때문에, 심신이 모두 지쳐 더 이상 그곳에서 있을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판사와 고위 간부는 나가서 이 이야기를 발설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그 후 형식적인 재판을 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이적동의서(ITC)를 발급 요청을 했고, 예상보다 빠르게 발급 받아 계속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제야 말씀드리게 됐지만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동안 믿고 걱정하고, 기다려주신 국민 여러 분들이 저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지지해주고 있어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저를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 분들에게 절대적으로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축구계에서도 저를 믿고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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