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 만난 술과 예술 '타임 챔버'에 모두 담았죠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9. 11. 1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위스키 '로얄살루트'와 협업 콘래드 쇼크로스
'아트 오브 원더' 프로젝트 일환
한정판 '타임 챔버' 21점 출시
예술·물리학·철학 넘나들며
블랙홀·은하계·태양계 운동량
위스키 패키지에 오롯이 담아
키아프 서울서 1점 선보여 화제
"53년 숙성된 원액을 보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 완성 감명"
페르노리카 코리아

고도로 농밀한 술은 예술과 구분할 수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모든 식음료는 하나의 문화고, 가장 개성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술은 전 세계에서 통하는 예술이다.

현대 예술의 최전선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주종이라면 위스키를 빼놓을 수 없다. 프리미엄 위스키를 대표하는 로얄살루트는 2022년부터 예술과 위스키를 접목한 '아트 오브 원더(Art of Wonde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콘래드 쇼크로스와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로얄살루트 타임 챔버 바이 콘래드 쇼크로스'는 아트 오브 원더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 세계에 단 21개만 생산한 특급 한정판 제품이다. 국내에는 최근 '키아프 서울 2024'에서 단 한 점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 행사를 찾은 이들로 로얄살루트 전시장이 붐비기도 했다.

쇼크로스는 영국 런던의 왕립예술원 멤버 중 한 명으로, 영국을 넘어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작가다. 예술부터 물리학,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복잡한 수학·과학적 개념을 기계구조나 기하학적 오브제, 빛, 움직임 등으로 형상화하는 방식을 주로 쓴다.

2007년 공공 예술의 일종인 '스페이스 트럼펫'으로 데뷔한 그는 대규모 건축물이나 구조물 등을 이용한 공공 설치 예술로 유명해 졌다.

쇼크로스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위스키와 예술의 영역이 멀고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장인정신과 창의성, 시간을 들인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며 "로얄살루트 '아트 오브 원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도 흥미를 느꼈다"고 협업 배경을 밝혔다.

무엇보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의 장대한 공정이었다. 로얄살루트 블렌드를 보관하는 이곳은 물리적인 규모뿐 아니라 수십 년을 묵히는 시간의 규모가 방해한 곳이다. 쇼크로스는 "위스키의 품질과 풍미를 결정짓는 '시간'에 영감을 받아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작품인 타임 챔버에 담긴 53년 숙성된 원액을 보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 숙성됐다는 점에 깊이 감명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을 거쳐 완성해낸 로얄살루트 타임 챔버에서 수공예로 만든 유리 디스크는 시간의 경계를 알 수 없는 밤하늘의 항성계를 뜻한다. 스핀과 화상 모양의 크리스털 디캔터는 방향성을 의미하는 시간의 벡터를 형상화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한 1953년을 본떠 53년산 위스키를 가공했다는 점에서 '시간'은 적확한 테마다. 제품과 업계를 관통하는 테마를 선정해 개성 있는 미감으로 완성해낸 이 제품은 최근 한국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2024'에 전시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쇼크로스는 "(협업에서) '측량할 수 없는 것'을 포착하고자 하는 열망이 디자인의 중심 접근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53년이라는 기나긴 숙성 시간을 시각적으로 포착하고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는 뜻이다.

로얄살루트 타임 챔버를 관람하거나 맛볼 사람들에게 작가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시간'이 맞닿는 점을 주목해달라고 밝혔다. 순수예술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럭셔리 위스키가 생산되는 시간은 서로 다르지만, 각각의 영역에서 오랜 숙고와 담금질을 거쳐 명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통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술가 경력의 초창기부터 수학, 물리학, 철학 등의 학문 분야를 통섭해왔다. 중력, 엔트로피, 시간의 상대성 등의 개념을 끌어들여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번 타임 챔버 역시 그 연장선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쇼크로스는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작업하듯, 각 작품을 실험으로 구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에서도 그의 초기 작품 성격이 반영됐다. 빛을 사용한 초기 작품들의 연장선에서 시간에 따라 블랙홀, 은하계, 태양계 등의 각 운동량을 위스키 패키지 전반에 표현했다.

로얄살루트와의 협업은 그의 예술성을 일방적으로 투여한 경험에 그치진 않았다. 위스키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그만큼 쌓였다. 그는 "협업 이전에는 위스키에 대한 경험이 적었는데 지식이 쌓이면서 로얄살루트를 음미하는 경험을 즐기게 됐다"며 "프리즈 런던 2023에서 타임 챔버를 전시하면서 로얄살루트 칵테일을 마시며 즐거움을 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