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합리적 주식 매수”... 첫 재판서 ‘SM 시세조종’ 부인

지난 7월 22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1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키려고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 김 위원장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주식 매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지 결과적으로 주가 올랐다고 해 시세조종은 아니다”며 “검찰은 주가가 직전가보다 높아지기만 하면 해당 주문이 연속적인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시세조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하이브와 적대적으로 경쟁하는 것을 반대하며 협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 구성원의 인식은 위치와 역할에 따라 다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마치 구성원 전부가 하나의 인식을 공유하는 것처럼 간주하는데, 이는 부당하다”고 했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는 2270개였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작년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작년 2월 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은 “카카오 측이 SM 경영권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도 SM 주가가 12만원 이하로 떨어지자 피고인 배재현(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은 피고인 김범수의 승인 하에 피고인 지창배(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에게 추가 주식 매수를 요구하며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인상시켰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7월 9일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도 김 위원장은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