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거액 투자손실 반복에도 묵인

감사원은, 국민감사 결과 공개

MBC로고.

MBC가 여러 차례 무리하게 거액의 투자를 진행해 손실을 보거나 적자 중에도 임원 임금을 인상하거나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는 등 방만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MBC 최대 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11일 이같은 내용의 국민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방문진에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 2022년 1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 총 477명이 "방문진이 MBC의 방만 경영을 보고받고도 관리·감독을 나태하게 하고 있다"며 국민감사를 청구한 것 중 6개 사안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우선 MBC가 중장기 투자·개발 계획을 시행하기에 앞서 방문진과 사전 협의·보고를 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방문진의 '문화방송 관리지침'을 지키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MBC는 지난 2019년 사옥 매각대금 4849억원을 적극 운용하기로 하고, 이사회 의결 없이 본부장 전결로 미국 리조트 개발 펀드에 105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1905억원을 초고위험 금융상품인 국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이 중 미국 리조트 개발 펀드는 투자금액 전액을 손실했고 그 외 투자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방문진 제 11기는 2021년 2월까지 MBC로부터 손실사항을 보고받지 못했다.

같은 해 3월과 6월이 돼서야 MBC 대표이사와 감사가 해당 투자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과 보완조사 후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는 보고를 한 뒤 MBC에 향후 조치를 적극 보고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방문진(제12기)이 MBC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추가 손실 가능성, 불충분한 조치사항 등을 보고받고도 제도개선을 요구하거나, MBC가 방문진(제11기) 이사회 회의에서 언급했던 최종 감사결과나 경영진·이사의 책임에 대한 문건 등을 제출받아 점검한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MBC의 자회사인 MBC플러스는 2018년 5월 여수에 실내스포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동사업자가 시설물 설치를 지연하고 있는데도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개장도 못한 상태에서 시설물 임대료만 매년 10억원씩 지급했다. 결국 사업중단으로 최소 74억원, 최대 88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인천에서 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팀장 전결로 공동사업자에 77억원 상당 지급보증을 하고,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채 30억원을 대여해, 임차보증금(10억원)과 대여금(30억원)을 환수하지 못했다. 특히 MBC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임원에 문책경고를 하고, '연임이 되지 않는다'고 방문진에 설명했으나 담당 이사는 연임했다.

MBC는 2019년 12월 인력 감축, 회사경비 절감, 임원 임금 반납, 임금피크제 강화 등이 담긴 경영정상화 방안을 방문진 제출해 승인(의결) 받았으나, 2021년 2월부터 임원 임금 반납은 없었고, 2022년에는 되레 임원 임금을 인상하고, 임금피크제를 폐지했다. 감사원은 방문진은 경영정상화 방안 이행여부를 점검하거나 새로운 대책 마련을 요구했는지는 확인하려 했으나 방문진 측 자료 거부로 불발됐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방문진이 MBC 감사로부터 대구MBC가 사전협의와 달리 사옥 매각대금 중 200억원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과잉 출연한 것을 보고 받고도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은 감사 과정에서 대구 MBC의 자율적 경영사항에 불과하며 적절히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반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방문진에 '방송문화진흥회법' 및 '상법'에 따라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고,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감사 과정에서 방문진과 MBC 측에서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 제출을 거부해 일부 제출자료와 외부기관 수집 자료 등 제한적인 자료만을 근거로 감사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