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도 찾는 대학 취업박람회…"취업 너무 어려워 미리 준비"[현장]
[서울=뉴시스]문효민 인턴 기자 = "'그냥 쉼'은 없는 것 같아요. 선배들 보면 대학원으로 내쫓기기도 하는 것 같고요. 취업이 너무 어렵잖아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2024 중앙대학교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이찬희(23·남) 씨는 대졸자 취업난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이 씨는 아직 대학교 2학년이지만, 올해 이 대학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취업박람회를 찾았다. 전공이 취업에 유리하지 않다 보니 ‘취업 길’을 만들어보겠다는 목적에서다. 경제침체로 취업 문이 더욱 좁아진 탓에 대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취업 준비에 나서야 하는 대학생들의 고달픈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취업박람회가 수업 시간과 겹쳐 마지막 날인 오늘에서야 방문했다”며 “18시 이후에도 취업박람회가 진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그냥 쉬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통계치가 나오지만 청년들은 그냥 쉬는 게 아니라 무엇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대학생 13명 중 10명이 "그냥 쉬는 청년은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인턴 등 구직을 위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46.7%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달 대비 0.3%P 하락했다. 연령 계층별 ‘그냥 쉬었음’ 인구 통계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그냥 쉬었음’ 인구는 지난달보다 0.3%P 상승한 17.9%를 기록했다. 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로 노동시장에서 더 이상 일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인구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의견은 달랐다. 중앙대학 전자전기공학부에 재학 중인 권 씨(24·여)는 "뉴스에서 '그냥 쉬었음' 통계 많이 봤는데 (주변 보면) 잘 모르겠어요"라며 "저도 1년 휴학했지만, 다른 친구들도 휴학 중에 쉬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교환학생 1년, 휴학 1년을 마치고 복학했다.
자신과 잘 맞는 직무를 찾기 위해 취업박람회를 방문한 그는 평소 관심을 두지 않던 분야에도 흥미가 생겼다고 했다.
같은 대학 화학공학과 3학년 권민주(21·여) 씨는 "휴학해도 창업을 시작하거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거나 인턴을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주변에는 졸업 이후 그냥 쉬는 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선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경기 지역 취업을 희망하는 구준홍(27·남)씨도 "취업 준비를 하다가 가끔 여행을 가는 등 가끔 쉴 수는 있어도 주변에 ‘그냥’ 쉬는 친구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여전히 대기업을 선호했다. 중앙대 융합공학부 3학년으로 재학 중인 강병근(23) 씨는 "취업박람회가 열리는 3일 내내 대기업 부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진짜 원하던 기업의 부스는 이틀 전에 이미 다녀가서 방문을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교에 다니는 김보현(23·여) 씨는 "주변에서 중앙대학교 취업박람회에 주요 기업이 많이 모였다고 해서 방문했다"며 "코로나19가 해소되고 오프라인 최대 규모로 열린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극히 예외도 있었다. 주변에 '그냥 쉬었음' 청년을 봤다는 유하임(22·여) 씨는 "취업을 준비하기에는 앞길이 안 보여서 그냥 쉬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취업 열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신입사원 입사의 통로인 ‘공개 채용’을 줄이는 추세다.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응답 1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서 57.5%는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대학 생활에 직격탄을 맞은 코로나 학번들은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김보현 씨는 "팬데믹 와중에도 소위 '스펙'을 많이 쌓아둔 친구들은 계속 취업 준비를 하는데, 준비 기간을 놓친 친구는 그냥 쉬어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선후배 관계가 끊기면서, 현직에 있는 선후배와 소통할 기회도 줄었다"며 "오프라인 박람회도 줄었을뿐더러 현직 선배와의 소통 방법은 인터넷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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