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인 강매’ 이호진 전 태광 회장…法 “공정위 제재 정당”

원심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 위법”
원심 판단 뒤집은 대법원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
이호진 전 회장, 파기환송심서서 ‘패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와인과 김치를 계열사에 강매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제재 처분은 정당하다는 파기환송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판사 위광화 백승엽 황의동)는 11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공정위의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제재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같이 결론 났다.

공정위는 2019년 태광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소유한 업체 ‘티시스’에서 생산한 김치와 ‘메르뱅’에서 제조한 와인을 고가에 매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태광 19개 계열사가 이러한 방식으로 총수 일가에 만들어준 이익을 33억원 이상으로 추산해 이 전 회장과 그룹 경영기획실장 김모씨, 계열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회장에게는 시정명령을, 계열사들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도 부과했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한 이 전 회장과 계열사는 곧장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2월 서울고법 행정3부는 공정위가 계열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회장에게 내린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이 전 회장은 티시스의 이익·수익 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 모르게 김치 거래를 할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 전 회장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이 사건 김치 거래의 경과 등을 보고해 자신들의 성과로 인정받으려 하였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공정위 고발로 태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1년 이 전 회장을 불기소하고, 경영기획실장 김씨만 기소했다. 김씨는 1심에서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고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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