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공화당? 민주당? 물은 적 없다"…해리스의 계산된 발언

김하늬 기자 2024. 9. 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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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미국 대선후보 첫 TV토론…중도표 집중 공략 평가
[필라델피아=AP/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 토론하고 있다. 2024.09.11.

"나는 지금껏 '당신은 공화당원인가, 민주당원인가' 물어본 적 없다. 내 유일한 질문은 '당신 괜찮으세요?(are you OK)' 뿐이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중도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여기엔 과거 민주당을 찍었지만, 최근 공화당으로 돌아선 일명 '영웅 유권자(hero voter)'의 마음을 돌리는 한편, 현재 공화당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보수 지지자 표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 녹아있다.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ABC뉴스 주최로 열린 첫 대선TV토론에서 해리스는 마무리 발언으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해리스는 자신에게 비전과 계획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해리스는 연설에서 주로 "기본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대통령", "미국인의 열망과 꿈을 이해하는 비전을 제시", "중산층을 위한 대통령" 등의 표현을 썼는데, 일각에서는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정책이나 우선순위를 세부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치 분석가들은 해리스가 중도표와 무당층을 겨냥한 전략적 모호성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영국 가디언은 전략가의 말을 인용해 "해리스의 이날 주요 발언들은 '영웅 유권자'를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웅 유권자는 한때 민주당에 투표했지만 최근 공화당으로 마음을 돌린 유권자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공화당이 너무 극우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화당 지지자들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됐다.

해리스가 이날 토론에서 "나는 총기 소유자"라고 말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트럼프가 "해리스는 모든 사람의 총을 압수하려 들 것"이라고 말하자 해리스는 "저와 팀 월즈(부통령 후보)는 둘 다 총을 소유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총기 소유 반대, 공화당은 총기 소유 찬성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다. 해리스는 "우리는 누구의 총도 빼앗지 않을 테니, 트럼프는 이 문제에 대한 거짓말을 그만해달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스는 과거에도 개인 안전상의 이유로 총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며 "해리스는 이를 통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과 총기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제도적 관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간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두 후보 간 TV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 2024.09.10 /로이터=뉴스1

트럼프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를 향한 구애도 잊지 않았다. 해리스는 2020년 1월6일 국회난동사건을 언급하면서 "그날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때의 장면이 당신의 생각과 너무 멀다고 여겨진다면 우리 쪽에 당신을 위한 한 자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 나라를 위하고, 민주주의를 위하며,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 지금의 혼란을 끝내기 위해서다"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AP통신은 "해리스는 이날 TV토론에서 트럼프의 신랄한 정치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유권자들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로 자신을 내세우고자 하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토론에서 해리스가 자신 또한 중산층이라고 강조하고, 중산층 세금감면을 포함한 지원책을 약속한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노동당 지지 세력과 중도층의 지지가 아직 확고하지 않아서라는 분석이다. 해리스는 토론회 내내 자신의 경제정책 방향을 '기회 경제'로 부르며, 중소기업과 가족에 대한 투자, 노동자들 처우개선, 가족 생활비 절감 등을 약속했다.

CNN방송은 "토론회 직전(3~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는 여성, 젊은 층, 라틴계 등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열세였던 지지층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에선 아직 강점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주택, 물가, 일자리 등의 핵심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끌고 감으로써 경제적 압박감을 느끼는 중산층 유권자들을 끌어내기 위함"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 헌법센터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9.11 /AFPBBNews=뉴스1

마지막으로 해리스는 △셰일가스 시추 기술 '프래킹' △모든 사람을 위한 의료보험 확대 △의무적 총기환수 △플라스틱 빨대 금지 등 과거 상원 의원 때 했던 주장이 부통령이 된 후 바뀐 점을 두고 트럼프로부터 공격을 받자 정책적 판단이라면서도 "내 가치관이 바뀐 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여러 정책에 대한 입장이 바뀐 점을 두고 "실용주의자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동시에 진보적이던 해리스가 자유주의적으로 전환한 것처럼 여겨지길 원한 것 같다"며 "중도로의 전환을 옹호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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