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통신 수단 각광 받던 공중전화, 천덕꾸러기 신세 면치 못해
오랜 시간 동안 서민의 통신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던 공중전화가 이동통신의 등장으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중전화 사업에 대한 전면적 검토와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용에 있어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공중전화에 최신 기술 등을 접목해 편리성과 활용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공중전화는 사용자 감소와 매출 하락으로 해당 사업자는 매년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 광고물 부착, 쓰레기 투기 난무, 취객 등에 의해 유리창이 자주 파손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같은 이유에서 일각에서는 공중전화에 대한 전면 철거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월 기준 한국 성인의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97%에 달했다. 2013년 70%, 2014년 7월 80%, 2016년 90%를 차례로 돌파했다. 반면 1999년 전국에 56만대에 달했던 공중전화는 2019년 4만대, 2020년 3만5000대, 2021년 3만3000대, 2022년 2만7000대, 2024년 현재 1만9000대까지 줄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곧바로 통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시민들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현재 공중전화는 KT 자회사인 KT링커스가 운영한다. 이용객 감소로 인해 공중전화 부스의 수익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문제는 이처럼 수익성이 없는데도 외국인과 저소득층 등 통신 약자들을 위해 공중전화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도 '보편적 역무'로 지정해 사업자에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운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손실이 나면서도 사업을 지속 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데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공중전화가 1만 9000여대 있다고 해도 대부분 기기의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 평균 장애 간격) 수명이 다한 상황이다”면서 “30년이 지난 노후된 전화기도 문제지만 관리 부실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전화기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래된 기기의 잦은 고장으로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 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두고 왔거나, 폰이 고장나거나 배터리가 방전되어 전원이 꺼졌을때 아직도 공중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한 이용자는 “30년이 지난 만큼 공중전화도 스마트하게 진화를 할 때가 됐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공중전화 카드를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고, 동전을 소지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 당황했는데 최근 서초동 교대 먹자골목에서 본 공중전화는 교통가드나, 신용카드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돼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해 통신망이 마비된다거나 한 상황에선, 평소 눈길을 주지 않고 지나치던 공중전화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준 사건이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다.
지난 2018년 11월 24일 오전 11시 12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KT 아현지사 건물의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대 KT망을 사용하는 기기들의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유선망에도 피해가 있어 공중전화도 불통인 경우가 많았지만 홍대입구역 등 일부 공중전화는 무사했다. 1990년대 사람들이 공중전화 앞에 모여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휴대전화가 없는 국민들이나 취약계층, 정전이나 통신망 두절, 통신 시설의 화재사고, 범죄 신고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 공중전화는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보편적 역무 서비스로 지정해 우편번호 1개당 1개 이상의 공중전화를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보편적 역무 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affordable) 요금에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는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에 의해 제공되더라도,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내전화와 공중전화 등 유선전화 서비스가 대표적인 보편적 역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심폐소생술 체험 부스', '전기자동차 충전 부스', 공중전화와 현금지급기를 결합한 '멀티 공중전화 부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특화형 공중전화 부스인 '안심부스' 등 이색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평가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동전이나, 공중전화 카드 방식의 노후 전화기를 고집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면서 “쿄통카드나 신용카드 등으로 통화가 가능한 공중전화로의 기기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 국민이 휴대폰을 쓰는 상황에서 공중전화 인프라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공공교통시설, 관공서, 공공기관, 복지시설, 의료시설, 교육시설, 산악지역 등은 비상·대체 통신 수단 등으로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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