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마비된 아내 ‘10년 병간호’ 끝에 살해한 남편의 죗값

아내 병간호로 심각한 생활고 겪어…복권 낙첨되자 범행 결심
법원, 징역 5년 선고…“유가족들의 처벌불원”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뇌 질환으로 신체 한 쪽이 마비된 아내를 10년간의 병간호 끝에 살해한 남편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형사12부(김종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경남 양산의 거주지에서 아내 B씨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아내 B씨는 약 10년 전부터 뇌 관련 질환으로 신체 한 쪽이 마비된 상태였다.

A씨는 아내를 10년간 간호하며 극심한 생활고에 허덕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규모의 빚을 졌고, 그 자신도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본인의 디스크 관련 질환이 악화되자 재직중인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수술 받았으나 재입사는 불가능했다. 가족의 고정적인 수입까지 사라진 것이다.

범행 당일은 A씨가 앞서 구입했던 복권의 당첨 번호를 맞춰본 날이었다. 낙첨 사실을 확인한 A씨는 절망 끝에 범행을 결심, 아내와 술을 나눠마신 뒤 아내를 목졸라 살해하고 자수했다.

이에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법과 제도가 지키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이라며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A씨를 지탄했다.

다만 "피고인(A씨)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약 10년간 보호자 없이 거동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부양해온 점, 다른 유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