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재판부 “먹사연, 비밀첩보 조직 같아…뭘 감추려는지 의심될 정도” 직격

먹사연 상근직원 증인 출석…재판부 질문에 ‘모른다’ 등 답변
재판부 “먹사연 구성원들의 말,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 안돼”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지난 6월5일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일명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을 심리중인 재판부가 송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에 대해 "조직 구성원들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말을 한다"고 직격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송 대표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먹사연을 세계적인 연구조직으로 만들고 싶다는 송 대표의 포부가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지적은 송 대표 측 신청으로 출석한 증인의 답변 태도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먹사연에서 일했던 김아무개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먹사연 상근 직원 4명의 업무가 무엇인가', '자금 업무 담당자가 누구였는가', '먹사연의 재정구조는 어떠했는가' 등 취지의 재판부 질문에 "모른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한 먹사연 입사 및 송 대표의 당 대표 경선캠프 참여 경위에 대해서도 "상황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경로 및 기회가 생겼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를 들은 배석 판사는 "먹사연에 근무했던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비밀첩보 조직 같다. 무슨 일을 하는지 1년 가까이 파악이 안된다"면서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총무 업무한다'고만 말하는데, 뭘 감추려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재판장 또한 "어떻게 조직이 돌아갔는지 확인하려고 증인을 채택해 물어보니 다 '모른다'고 한다"면서 "상근 직원이 나와서 자기가 한 업무 내용을 제대로 얘기한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들은 재판부가 자기의 말을 다 믿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면서 "증인의 진술이 객관적 상황과 어느 정도 매칭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신문할 필요가 없다. 이후 증인들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한편 송 대표는 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 원을 받고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소각시설 관련 청탁을 받으며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2021년 당대표 선거를 앞뒀을 당시 이성만 전 의원과 사업가 김아무개씨로부터 각각 1000만 원과 5000만 원의 불법자금을 받아 경선캠프 지역 본부장 10명과 현역 국회의원 20명에게 제공한 혐의도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