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친 줄 몰랐다” 예비신랑 환경미화원 뺑소니, 첫 재판서 부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모습. 최예린 기자

경찰의 음주단속을 거부하고 달아나다 결혼을 앞둔 환경미화원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혐의를 부인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 류봉근 부장판사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 위험운전 치사·상, 음주측정 거부 등 혐의로 기소된 ㄱ(26)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ㄱ씨는 지난달 7일 새벽 0시53분께 천안시 동남구 오룡동 버들육거리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고 달아나다 쓰레기 수거 차량 뒤쪽에서 작업하던 환경미화원 ㄴ(36)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운전중이던 ㄱ씨는 교차로에서 초록불인데도 움직이지 않다가 이를 본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창문을 두드리자 급히 도망쳤다. 1㎞ 이상 이동한 ㄱ씨는 쓰레기 수거 작업 중이던 ㄴ씨를 들이받은 뒤 차를 버린 채 달아났다.

이 사고로 ㄴ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함께 근무하던 환경미화원 ㄷ씨도 전치 2주 상해를 입었다. 숨진 ㄴ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다고 한다.

이날 재판에서 ㄱ씨 변호인은 “무언가 충돌한 느낌으로 사고는 인식했으나 사람을 치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혈액 채취 의사를 밝혔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음주측정 거부는 고의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ㄱ씨는 지금까지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반성문을 5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장판사는 사건 현장 근처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추가 증거를 살피는 양형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