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빛났던 25분…이 시간을 늘려야 산다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나아갈 길은 확인했다. 오만 원정에서 빛난 25분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따라 홍명보호의 희망도 커진다.
홍명보 감독(55)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2차전에서 1골 2도움을 쏟아낸 손흥민(32·토트넘)의 맹활약에 힘입어 오만을 3-1로 눌렀다.
이로써 한국은 3차예선 첫 출항이었던 9월 A매치를 1승1무로 마쳤다. B조 최약체로 분류됐던 팔레스타인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0-0으로 비겼던 충격을 어느 정도 풀어낸 셈이다.
홍명보호가 출항 2경기 만에 승리를 챙긴 오만전은 경기 내용에선 절반의 성공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팔레스타인전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전술적인 움직임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을 배치하는 포메이션 자체는 4-2-3-1로 동일했지만 구성원이 달라졌다.
변화를 약속했던 홍 감독은 선발 명단의 절반 가까운 5명을 교체했는데, 최전방 골잡이인 오세훈(25·마치다 젤비아)을 비롯해 섀도우 스트라이커 황희찬(28·울버햄프턴),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31·알아인), 측면 수비수 이명재(31·울산), 중앙 수비수 정승현(30·알와슬)이 첫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선수들이 달라지니 빌드업도 바뀌었다. 측면에서 중앙, 중앙에서 과감한 전진 패스를 묶어 오만의 골문을 두드렸다. 빌드업 효과는 전반 10분 황희찬의 선제골로 나타났다. 황희찬은 상대의 수비에서 빈틈을 확인하자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선제골이 폭발한 뒤에는 측면에서 오세훈을 겨냥하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더하면서 공격의 효율성을 높였는데, 상대 진영에서 줄곧 경기를 풀어갈 정도로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상대가 뻔히 예측할 수 있는 U자형 빌드업만 반복해 무기력했던 팔레스타인전과는 분명 달랐다.
홍명보호의 빌드업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선발로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4회 이상 패스가 연결된 것을 기준으로 패스맵을 그릴 때 횡패스 뿐만 아니라 과감한 종패스까지 확인됐다. 타깃형 골잡이 오세훈이 고립되지 않고, 제 몫을 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또 팔레스타인전에서 공격 방향의 중앙 비율이 18%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오만전에선 24.8% 높아졌다.
한국이 이상적인 흐름을 자랑했던 시간이 단 25분에 그쳤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수비수인 정승현이 슈팅을 때릴 정도로 주도권을 잡았던 한국은 전반 26분부터는 거짓말처럼 무기력한 경기를 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과도한 전진으로 생긴 빈틈이 공략돼 고전했고, 전반 막바지 프리킥 찬스에서 정승현의 자책골로 1-1 동점을 허용했다. 홍 감독이 후반 23분 이재성(32·마인츠)과 황문기(28·강원)의 교체 투입과 함께 변형 스리백으로 수비를 단단히 굳히지 않았다면 역전골도 내줄 뻔했다. 수비에서 안정을 되찾은 한국은 손흥민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개인 기량에 힘입어 3-1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홍 감독이 손흥민의 활동 범위를 왼쪽 측면에 한정하지 않고, 하프 스페이스와 중앙까지 넓힐 수 있도록 유도한 부분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한국이 앞으로 상대할 요르단과 이라크 등 강호들의 저력을 생각한다면 상대를 압도했던 시간을 더욱 늘려갈 필요가 있다. 핵심 전력인 유럽파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가운데 중동까지 강행군을 버틸 수 있는 젊은 피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대표팀 주전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30대에 가까운 29.72세라는 점을 곱씹어야 한다. 이번 소집에선 황문기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가운데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꾸준히 새 얼굴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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