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분36초’ 대 ‘42분52초’…해리스-트럼프 첫 대결 들여다보니
해리스는 37분36초, 트럼프는 42분52초 발언
트럼프 ‘막말’ 줄었지만 혐오 발언·가짜 뉴스 여전
‘37분36초’ 대 ‘42분52초’.
보좌진도, 메모도, 관중도 없는 혈투가 열렸다. 미국 대선을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10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ABC방송이 주관한 TV토론에서 처음 대면하고 악수했지만 두 후보 모두 마주보기보다 정면을 응시했다.
이날 두 후보가 토론장에 등장해 악수할지가 큰 관심사였다. 먼저 손을 내민 건 해리스 부통령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며 악수는 성사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좋은 토론을 하자”고 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나서 반갑다. 즐기세요”라고 화답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악수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토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양측은 100분 남짓한 시간을 치열하게 나눠 가졌다. CNN방송이 각 후보의 발언 시간을 집계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37분36초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2분52초를 차지했다. 후보들은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할 때 2분을, 상대에게 반박할 때 2분을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추가 질문과 설명을 위해 1분이 추가로 주어졌다. CNN은 “두 후보 모두 답변할 기회는 동일했으나 할당된 최대 시간을 다 쓰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몇몇 대목에선 두 후보의 발언이 겹쳐지기도 했다. 이번 토론은 일명 ‘핫마이크’(마이크가 꺼진 줄 모르고 나온 돌발 발언)가 없도록 후보 자신의 발언 시간이 아닐 때는 마이크를 꺼두는 규칙을 적용했다. 그렇지만 이날 양측이 꺼진 마이크에 개의치 않고 말하면서 말이 섞이는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은 임신 9개월 차에도 임신 중지를 허용하려고 한다”고 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치는 소리가 방송을 탔다.
이날 양측의 시선은 평행선을 달렸다. 둘은 마주보기보다는 주로 정면을 응시하는 쪽을 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할 때 해리스 부통령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모습, 눈썹을 치켜올리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 전 스탠퍼드대 교수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부르며 “그가 (딸을) 잘 가르쳤기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도 마르크스주의자다. 그가 당선되면 우리 나라는 끝난다”고 주장했는데, 이때 해리스 부통령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턱에 손을 대고 묵상하는 표정을 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키 차이’까지 의식했다. 토론에 앞서 그는 “(딛고 올라설) 박스는 허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키는 약 190㎝로 약 165㎝인 해리스 부통령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이 차이를 부각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바람대로 토론장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아무것도 밟고 서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키 차이가 자신에게 유리했길 원했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시청자가 본 것은 대부분 분할 화면으로, 이는 두 사람의 키가 같아 보였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막말’은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혐오 표현은 이어졌다. 그는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 이들은 이웃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발언했다. 진행자는 이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되물었고, 해리스 부통령은 웃으며 “이러한 극단적 발언이 그가 공화당의 지지를 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토론장에선 실시간 사실 확인이 이뤄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부 주에서는 임신 9개월 차 임신중지뿐만 아니라 아기를 살해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발언했는데, ABC의 토론진행자 린지 데이비스가 “이 나라에는 태어난 아기를 죽이는 것이 합법인 주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토론 내용을 사후 검증한 미 매체들도 영아 살해를 허용하는 주는 없다고 짚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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