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 vs 회복 지연, 尹 정부-KDI 한지붕 두 의견
내수 회복 기대감 내비친 정부
KDI “내수 회복세 지연” 진단
정부와 다른 의견 내놓은 KDI
고금리에 건설과 자영업 위기
세계 경제까지 불확실성 가중
"최근 우리 경제는 강한 수출 호조세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내수로 차츰 파급되는 조짐이 관측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분석이다.
쉽게 말해 수출이 늘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내수 역시 점점 살아나고 있다는 거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 8월호'에서도 견조한 수출, 제조업 호조세 등을 근거로 "넉달째 내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결이 다른 분석을 내놨다. KDI는 지난 9일 발표한 '9월 경제동향' 첫줄에서 한국 경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고금리 기조로 인해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다."
'7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밝혔던 KDI로선 두달 연속 경기 개선세를 못 느꼈다고 꼬집은 셈이다. 이처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와 다른 분석을 내놓은 건 주목할 만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와 입장과 다른 분석을 내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서다.
그럼 KDI의 분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KDI는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중심의 수출 증가세로 제조업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자동차생산 차질로 제조업 관련 지표가 다소 조정됐지만, 반도체생산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덕분에 8월 수출은 전월 대비 13.9%, 전년 동월 대비 11.4%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KDI는 이런 수출 호조에도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매판매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이어지고, 이런 상황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도 그렇다. 통계청이 지난 8월 30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다. 6월(0.5%)보다 증가폭도 컸다. 하지만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 보면 오히려 0.4% 감소했다.
7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전월보다는 1.9% 줄었다. 신제품 출시로 급증한 통신기기ㆍ컴퓨터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세여서 부채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7%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KDI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와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제조업 경기 불안 등 하방 위험 요인이 다수 존재한다"면서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도 높게 전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 상황도 안 좋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세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실질임금 감소와 고용 부진 등에서 찾았다. 고금리가 아니라 수출기업이 실질임금을 고려하지 않고 고용을 늘리지 않은 게 내수 침체를 부추겼다는 거다. 이 이야기는 더스쿠프 마켓톡톡 '한국은행-KDI 경기침체 논쟁' 視리즈에서 자세하게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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