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쉽지 않네…공청회 잇단 파행

박미라 기자 2024. 9. 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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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난해부터 헌장 제정 추진
도민참여단 구성 기본안 마련 공개
제주평화인권헌장 의견이 잇달아 올라온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도에 바란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도가 추진 중인 ‘제주평화인권헌장’ 공청회가 반대단체의 반발로 이틀 연속 파행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9일과 10일 각각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개최한 ‘제주평화인권헌장안’ 공청회가 반대단체의 반발로 10분여만에 마무리됐다. 반대단체들은 이날 단상을 점거하거나 출입을 막고 ‘강력 반대’ 등을 외쳤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청회를 더 길게 진행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빨리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작업은 지난해 8월 전문가와 도민 35명을 위원으로 하는 제정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4월부터는 공모를 거쳐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세대 100명으로 구성된 도민참여단이 토론 등을 거쳐 헌장 기본안을 마련했다.

헌장안의 전문을 보면 ‘제주4·3은 모든 형태의 폭력과 전쟁을 반대하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담고 있다. 또 ‘4·3을 겪은 제주를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실현되는 섬으로 만들고자 도민의 자발적 참여와 논의를 통해 해당 헌장을 제정해 선포한다’고 헌장의 제정 취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공청회. 박미라 기자

1장 1조에서 도민 모두가 인권의 원칙과 가치를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했다. 특히 2조에서는 도민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속, 피부색, 출신지역,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와 가족상황,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했다.

제2장에서는 제주도민은 4·3의 진실을 알고, 회복하고 기억할 권리, 4·3왜곡과 폄훼에 맞서 대응할 권리, 전쟁과 폭력 등 모든 종류의 위협없이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어 제3장 자유롭게 소통하고 참여할 권리, 제4장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제5장 문화와 예술을 누릴 권리, 제6장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제주 등 10개의 장에 각종 권리와 의무를 담았다.

반대단체들은 헌장안 내용 중에서도 차별 받지 않을 권리와 4·3왜곡과 폄훼에 대응할 권리 등을 주로 문제삼고 있다. 기독교, 학부모단체 등 20여 단체로 구성된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반대 제주도민연합은 지난 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주평화인권헌장안은 소수자의 인권과 삶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다수의 인권이 역차별 받는 부작용을 나타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제주평화인권헌장안이 편협한 4·3 해석을 고착화하고 반론을 제한해 4·3의 역사적 사실을 묻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50개로 구성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단상 점거 등 일부 세력의 물리력을 동원한 방해로 제주도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겼다”면서 “공청회장을 소란스럽게 만든 일부 세력 중에는 타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제주4·3을 ‘공산폭동’으로 주장해온 이들도 보였다”고 밝혔다.

4·3기념사업위는 “공개된 헌장의 내용을 보면 현 시대 제주 섬에 살고있는 우리의 다짐과 다음 세대를 향해 공유해야 할 미래의 가치가 담겨 있다”면서 “헌장의 구성과 내용을 도민 스스로 만들기 위해 도민참여단을 구성해 헌장에 담겨야할 가치와 분야별 세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수렴한 의견을 검토해 헌장 최종안을 마련한 후 제정위원회 확정 등의 절차를 거쳐 12월쯤 선포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평화인권헌장안과 관련해 도홈페이지 등을 통해 700여건이, 공청회 전후 과정에서 200여건이 제주도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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