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흥분해도 ‘쿨’하게…해리스, 음소거 공격

김원철 기자 2024. 9. 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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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여유 있는 태도로 해리스의 공격을 받아넘기던 트럼프는 사회자로부터 여러 차례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지적을 당하는 등 수세에 몰리자 후반으로 갈수록 공세적으로 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올리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등 메시지 공중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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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가로젓고 턱 지그시 괴는 등
‘트럼프는 거짓말쟁이’ 무언의 호소
1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 동안 ‘그의 말은 거짓말’이라는 취지의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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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가 관객 없는 적막한 스튜디오에 입장했다. 오른쪽 끝에서 입장한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반대편으로 입장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카멀라 해리스입니다. 좋은 토론합시다.” 트럼프는 “만나서 반갑다. 재밌는 시간 보내라”며 악수에 응했다. 지난 6월 말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의 토론회는 악수 없이 시작됐다. 기선 제압을 위한 해리스의 ‘일격’이었다.

1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선 두 진영의 치밀한 전략 대결이 맞부딪혔다. ‘상대 후보 발언 중 마이크를 끄지 말자’던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해리스는 작심한 듯 ‘트럼프 말은 거짓말’이라는 다양한 제스처를 지으며 ‘마이크 음소거’에 대응했다. 비교적 여유 있는 태도로 해리스의 공격을 받아넘기던 트럼프는 사회자로부터 여러 차례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지적을 당하는 등 수세에 몰리자 후반으로 갈수록 공세적으로 변했다.

핵심은 해리스의 제스처였다. 트럼프 주요 발언 동안 고개를 가로저었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가늘게 뜨며 그를 째려봤다. 트럼프가 “해리스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걸 모두가 안다. 아버지도 마르크스주의 교수였다”고 말할 땐 재밌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턱에 괸 뒤 지그시 응시하기도 했다. 해리스의 이런 다양한 반응은 트럼프와 한 프레임에 잡혀 ‘거짓말쟁이 트럼프’라는 무언의 호소로 작용했다.

1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 동안 ‘그의 말은 거짓말’이라는 취지의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반면 트럼프는 토론 초반 여유를 보이며 비교적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해리스 발언 중에도 특유의 여유만만한 미소만 지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말이 많아졌고, 규칙을 자주 어겼다. 후보들에게는 질문에 답할 시간 2분, 반박 시간 2분, 추가 질문과 해명 시간 1분이 배정됐지만 트럼프는 자주 시간을 넘겼고, 배정된 기회 이상 발언했다.

사회자 2명의 개입도 그를 흥분하게 한 듯했다. 주관 방송사인 에이비시(ABC) 방송은 실시간 팩트체크를 시도했다. 트럼프가 ‘해리스는 출생 뒤 사형 집행(임신중절)을 지지한다’고 하자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것을 합법화한 주는 없다”며 제지했다. ‘불법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라고 하자 “그런 일이 공식 확인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 때 범죄율이 급증했다’는 주장엔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에서 전반적인 폭력 범죄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토론 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3 대 1의 대결이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뜨거워진 토론은 95분 만에 끝났다. 토론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해리스), “(부통령인데) 왜 (지금 말하는 공약들을) 당장 실천하지 않는가”(트럼프)라는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두 후보는 악수하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퇴장했다.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토론회에서 전 미국 전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현장엔 스튜디오 방청객이 없었다. 대신 민주당과 공화당은 미국 전역에서 지지 파티 등을 열어 함께 토론을 시청하고 응원하는 행사를 열었다. 전날부터 토론 장소 주변엔 보안을 위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전날 밤 필라델피아에 입성한 해리스 부통령은 현장 답사 이후 시내 호텔로 복귀해 토론 준비를 이어갔다. ‘토론 캠프' 형태의 특훈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올리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등 메시지 공중전을 이어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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