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암호화폐 채굴 성지 되나...중국서 쫓겨난 채굴자들, 미국에 둥지 틀어
암호화폐 채굴자들이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카자흐스탄을 거쳐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미국 일부 지역에서 ‘전기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한때 중국은 ‘전 세계의 암호화폐 수도’ 역할을 했다. 저렴한 전기세, 암호화폐 친화 정책으로 인해 암호화폐 채굴자들이 중국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2021년만 보면 중국은 전 세계 암호화폐 채굴의 약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1년 5월 중국이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은 불법 활동 거래에 암호화폐가 사용된다는 우려가 일자 암호화폐 채굴 및 거래를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자금 세탁을 통해 들어온 암호화폐가 중국의 금융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암호화폐 채굴자들은 즉시 중국을 떠났다. 대다수의 암호화폐 채굴업자는 석탄 발전이 풍부한 인근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했다.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기 소비 지수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2021년 5월에 새로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필요한 연산 능력을 뜻하는 해시래이트의 7%를 차지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후에는 거의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문제도 발생했다. 암호화폐 채굴자 유입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7%가 소비된 것이다. 이로 인해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광범위한 정전이 발생했다. 2021년 말, 대규모 항의가 발생하자 카자흐스탄의 채굴 회사들은 사실상 전력망에서 차단됐다.
이후 암호화폐 채굴자들은 미국으로 이동했다. 현재 미국은 글로벌 해시래이트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는 중국이 2021년에 기록한 최고치(17%)보다 높다. 현재 미국은 비트코인 채굴 허브다. 미국의 52개 암호화폐 채굴자는 미국 에너지의 약 2%를 사용한다. 이는 유타주나 웨스트버지니아주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엄청난 에너지 소비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있다”고 짚었다. 여기다 중국인이 소유한 암호화폐 채굴업체가 미국으로 이전한 것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이 몰아낸 부담스러운 산업이 미국에 온 최근의 사례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미국으로 이전한 중국 소유 암호화폐 채굴 회사 중 하나는 비트 마이닝(Bit Mining)이다. 2021년 5월, 이 회사는 중국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와 암호화폐 채굴 시설을 보유했다. 그해 9월, 카자흐스탄에서 잠시 머문 후,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자리 잡았다. 여타 비트코인 채굴 회사는 저렴한 전기, 유리한 규제, 충분한 창고 공간이 있는 미국의 시골 지역에 정착했다. 하지만 채굴 장비가 일으키는 소음은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산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점점 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백 대의 특수 기계와 이를 냉각하는 장비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일례로 텍사스주 록데일의 라이엇 플랫폼(Riot Platforms)이라는 암호화폐 채굴 회사는 450메가와트의 전기를 사용한다. 이는 약 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양이다.
기후 변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전력 소비가 화두가 된 상황에서 암호화폐 채굴업자의 막대한 전기 사용은 논란의 대상이다. 미국 전역에서 정전은 2000년대 초반 이후 64% 증가했고, 날씨 관련 정전은 78% 늘었다. 시에라 클럽 환경법 프로그램의 수석 전략 고문인 제러미 피셔는 “우리가 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급속히 늘리고 화석 연료 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는 시점에, 암호화폐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역에선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반발 운동이 생겨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머피, 오하이오 주 매실론 및 기타 지역 주민들은 청원서에 서명했다. 이들은 단체를 만들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지역 내 암호화폐 채굴자와 사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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