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낙태권', 트럼프는 '국경'…날 선 100분 공방

유영규 기자 2024. 9. 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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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미 대선 TV토론 모습

11월 미국 대선을 8주 앞두고 10일(현지시간) 열린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의 모든 이슈에서 거친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지난 6월 27일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토론과는 달리 이날 두 후보는 시작 전 서로 악수를 나눴지만, 막상 토론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급랭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원색적인 비하나 인신공격성 발언 등이 가끔 튀어나오는 등 감정 섞인 날 선 비판이 이어졌고, 상대의 발언 직후에 '거짓말', '잘못된 발언'이라고 즉각 반박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첫 번째 주제이자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경제·물가 문제에서부터 충돌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 "100년 만의 최악의 공중보건 전염병", "남북전쟁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공격"을 남겼다며, "우리가 한 일은 트럼프가 어질러 놓은 것을 치우는 것이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럼프 소비세' 부과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는 억만장자를 위한 감세 비용을 중산층이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정책과 생각 때문"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판매세' 계획이 없다. 잘못된 언급"이라며 "해리스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알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75년 만에 결국 우리가 세계를 위해 한 모든 일을 갚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며 자신의 관세 공약을 부각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면서 "모든 국민, 중산층뿐 아니라 모든 계층에게 재앙이었다"고 응수했습니다.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갑작스레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을 거론했습니다.

그는 "수백만 명이 교도소나 감옥, 정신병원에서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틱, 노조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해리스와 바이든이 우리나라로 이끌고 들어온 사람들로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등 일주 지역을 거론하며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말해 사회자가 "스프링필드시 매니저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한다"고 팩트체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 증가의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보안법을 저지한 데 따른 것이라며 "트럼프가 의회의 몇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법안을 폐기하라고 했다"고 맞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여성 생식권 문제를 놓고는 '거짓말' 공방을 벌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먼저 일부 주에서 이뤄질 예정인 낙태권 찬반 투표를 두고 "그 투표는 임신 9개월째에도 낙태를 하겠다는 것", "다른 말로 아기를 처형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해리스 부통령은 "내가 말했듯이 여러분은 거짓말을 많이 듣게 될 것이고 그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뒤 "트럼프가 재선 하면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가 또 시작이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서 "나는 (낙태)금지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주 정부가 맡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껴갔습니다.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복과 이듬해 1.6 의사당 난입 폭동 사건을 둘러싸고도 치열하게 대립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외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며 낸시 펠로시(민주) 당시 하원의장에게 "1만 명의 주방위군이나 군인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당시 사태에 책임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내가 그날 의사당에 있었다"며 "그날 미국 대통령(트럼프)은 폭력적인 군중에 우리나라 수도를 공격하고 훼손하도록 선동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전쟁에 대한 이슈에서도 두 사람은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이스라엘을 싫어한다.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와도 만나지 않았다"며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스라엘은 2년 이내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내 경력과 인생 전체를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을 위해 살아왔다. 트럼프가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서 약하고 잘못됐다는 건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받아쳤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 관련 이슈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이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은 그것(전쟁)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우리 대통령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지금 키이우에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이라고 칭하면서 "당신의 상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힐난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기소 등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각종 사건에서 그의 책임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사법 무기화"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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