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추도식 날짜도 합의 못해…조태열 “죄송하다”

정희완 기자 2024. 9. 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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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 날짜 “조율 중”
일본 정부 참석자 수준도 미정
참석자·시기 미리 합의했어야 지적
전시물에 강제 노동 적시 못한데 이어
일방 양보한 외교협상 비판 커져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일본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의 추도식이 이달 내에 개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추도식을 매년 7~8월에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추도식에 참석할 일본 중앙정부 인사의 급도 결정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일본과 협상 과정에서 추도식 참석자 수준과 날짜 등을 상세하게 합의하지 못한 것을 두고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하면서 전시물에 조선인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을 명시하겠다는 일본 측의 약속도 받아내지 못한 데 이어 그나마 합의했던 추도식 개최까지 지지부진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추도식 개최 시기 관련 질의에 “9월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날짜를 (일본 측과) 조율 중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7월 말 사도광산 등재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본 측이 사도섬에서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7~8월쯤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추도식에는 일본 중앙정부 관계자도 참석키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8월이 넘어가면서 이르면 9월에 개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일본이 추도식을 늦추는 이유에 대해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도 있고, (일본이) 정치적인 것도 고려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에 찬성하는 대신 일본이 한국인 노동자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물을 설치했지만, 강제노동을 알리는 직접적인 표현은 빠져 협상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추도식 개최 협상 상황 관련 질문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일본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면 좋겠고, 가능한 한 진정성을 보이는 추도식이 좋겠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라고 했다. 그는 일본이 추도식 관련 안을 내놓으면 본격적인 교섭이 진행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시기와 참석자 수준 등은 (앞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는 추도식이 열릴 것이라고 조 장관은 밝혔다.

이 의원이 일본과 사도광산 등재 협상을 할 때 구체적인 참석자와 시기 등을 합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지적을 수용한다. 협상이라는 게 끝나고 나서 보면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다”라며 “위원님만큼 생각이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도광산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말했다’라는 물음에 “등재와 관련한 협상은 일단락 된 것이고, 전시물 개선에 관한 부분은 협상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라는 표현이 없는 점 등은 고쳐야 하지 않나’라는 질의에 조 장관은 “그건 합의된 문안이기 때문에”라며 “전시물의 내용을 얼마나 업그레이드할지를 고민하면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외교부가 일본과 전시물의 내용이 아닌 ‘재질’을 보다 고급스러운 것으로 교체하는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전시 내용은 협상이 끝났기 때문에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부정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일본 정부가 1945년 조선인 강제노동자들을 태우고 오다가 침몰한 우키시마호의 승선자 명부 19건을 제공한 것을 두고 “일본은 그간 승선자 명부가 침몰과 함께 유실돼 없다는 입장이었다”라며 “일본이 사과부터 해야 한다. 사과를 요구했나”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일본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거기다 초치(불러서 항의함)를 하듯이 사과하라는 얘기부터 먼저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군 수송선인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22일 귀국하려는 강제동원 조선인들을 태우고 일본을 출발했으나 이틀 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발했고, 승선자 3700여명 가운데 5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생존자와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7500~8000명 가운데 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하면서 은폐 의혹이 일었다.

조 장관은 승선자 명부를 행정안전부에 전달했다며 “행안부가 주무 부처로서 명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정부가 우키시마호 진상조사를 위해 노력을 해달라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주문에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우리가 명부를 가지고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입장을 정리한 뒤에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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