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출연자 보는데 '죽어버려' 폭행"..방송작가 쏘아 올린 노동법 무법지대 예능판 [스타현장][종합]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김나라 기자 2024. 9. 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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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김나라 기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 방송작가 유니온 박선영 수석부지부장/사진=김나라 기자
"방송작가도 노동자입니다, 방송작가도 폭행을 당해선 안 됩니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정문 앞에선 미술 예능 프로그램 방송작가 폭행·계약해지·임금체불 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 방송작가 유니온(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의 박선영 수석부지부장, 권리찾기 유니온 정진우 위원장을 비롯해 방송작가 A, B, C 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에 다르면 지난 6월 30일 부산에선 미술 예능 프로그램 촬영 과정에서 감독급 스태프(촬영감독 D 씨)가 메인 작가에게 소리를 지르고, 이를 다른 작가(A 씨)가 제지하려고 하자 그 작가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있었다. 큰 충격을 받은 작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며 제작을 중단하였으나, 제작사 측은 7월 9일 작가진 6명 전원을 계약 해지하고 다른 작가를 고용했다.

제작사는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모자라,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6명의 체불된 임금은 총액 2500만 원에 달한다. 게다가 해당 제작사의 제작총괄은 제작사 Q를 설립하여 프로그램 제작을 지속하고 있다. 이미 발생한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두 회사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촬영감독 D 씨로부터 폭행 피해를 당한 A 작가 /사진=김나라 기자
이에 대해 피해자 A 작가는 "6월 30일 부산에서 진행된 미술 예능 프로그램에서 저는 구성 작가를 담당하고 있었다"라며 "전체 오프닝을 끝낸 뒤 일반인 출연자 동선에 관해 메인 PD, 메인 작가가 논의 중에 있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기술팀 촬영감독 D 씨가 끼어들더니 메인 작가에게 '너는 빠져 있어' 하며 호통을 쳤다. 제가 '뭐 하는 거냐' 물었더니 제게 달려와서 제 목을 조르며 '죽어버려' 했다. '너 뒤로 따라나와', '너 죽여버린다', '당장 서울로 올라 가' 등의 거친 말들을 했다"라고 충격적인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작가는 "이 사건 직후 작가들이 제작사 대표에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요구했고, 7월 2일까지 답을 달라했다. 그 후 저는 해당 현장에서 빠졌다. 그런데 저희 몰래 다른 작가들을 세팅했다. 제작사는 7월 4일 피해자인 제게 'D 씨와 개인 대 개인으로 해결하라. 제작사는 관계없으니 더는 말을 꺼내지 말라. 사건을 키운 건 A 작가 당신이다'라는 말을 했다"라고 만행을 폭로했다. 결국 폭행 피해를 입은 A 작가를 비롯해 작가진 6명 전원이 7월 9일 자로 문제의 제작사로부터 돌연 계약해지,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폭행 사건으로 A 씨는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스타뉴스에 "정형외과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으며 트라우마로 불면증, 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A 작가는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던 게, 30명 앞에서 D 씨로부터 목졸림을 당했다. 연예인 출연자 1명, 일반인 출연자 20명에 스태프들까지 30여 명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한 거다. 현장엔 CCTV도 없었다. 결국 불면증에 공황장애 증상이 와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3주간 약처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도 못했다. 작가는 현장에도 나가야 하는데 모르는 스태프들을 본다는 게 무서웠고 그들 앞에서 또 목을 졸리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불안했다. 면접 볼 때 이런 말씀을 드렸더니 '현장에 못 나가면 곤란하다' 하여 작가 일에 지장이 생긴 거다. 그래서 지금은 재택근무로만 일을 하고 있다. 오늘도 새벽 2시부터 직전까지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왔다. 재택근무인 만큼 페이도 당연히 낮다. 그런데 가해자는 '책임을 못 진다'라고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의 보복성 발언으로 2차 피해까지 입었다고. A 작가는 "D 씨가 고발을 당한 뒤 되려 '맞고소하겠다, 원만히 합의하자. 이 바닥 좁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라면서 "가해 당사자가 사과를 한다는 게 '이 바닥 좁다'라는 거다. 그래서 마지막 연락은 8월 22일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였는데, 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사진=김나라 기자
A 작가와 함께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후배 C 작가는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인력이 부족해 급하게 작가를 충원한다는 구인 카톡 글을 보고 지원하게 됐으며, 6월 18일부터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6월 30일 부산에서 촬영 중 선배 작가가 카메라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우선은 촬영을 정리하라는 선배 작가 지시에 따라 촬영을 마무리했다. 월요일까지 휴식을 취한 후 화요일에 대본 회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작총괄이 저희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다른 작가진을 꾸렸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C 작가는 "이후 제작사와 작가진은 다시 일을 할 생각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제작사 측에 연락을 하기로 하였다. 저는 제 작가 이력 중 빈 기간 없이 프로그램에 일했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다시 출근해도 되겠느냐고 연락하였다. 제작사 부대표는 '작가들의 재출근 여부는 노코멘트하겠다, 해고는 아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약속한 일자 내에 임금이 결국 지불되지 않았고 저는 결국 노동청에 임금체불로 신고하였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노동청 또한 작가들을 외면했다고. C 작가는 "8월 23일 서울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출석해 사실 관계조사를 하였다. 근로감독관은 방송 구성작가들은 근로자 자격이 없기 때문에 임금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이유는 제작사와 작가는 정확한 평균 근무 시간도,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것, 그리고 상부에게 지시를 받고 일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제작사 대표는 근로 감독관에게 작가들에게 자신이 직접 일을 지시한 적이 없으니 작가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며 시치미를 떼는 것이다"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저를 포함한 작가 5명 그 외 PD까지 모두 진정을 넣은 상황이었고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은 확인하지만 일반적인 9 to 6시로 일하는 직장인과 근무조건과 근무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근로자로서 인정되지 않아 임금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단순히 제가 일한 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노동에 분명한 결과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며 이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될 필요성도 아무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외주제작사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프리랜서 제작진을 꾸리고 있다. 근로자로서 인정되지 않는 불안함 속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 두렵다. 이처럼 재미를 위해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가 많은 인력을 착취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미디어산업의 노동 환경에 대한 고용 노동부의 무지함은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폭행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는 제작사 갑질,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이 만연한 노동법의 무법지대가 된 방송 업계의 추악한 실태를 보여준 모양새가 됐다. 방송작가 유니온 박선영 수석부지부장은 "제가 방송작가 생활을 한 지 어언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방송작가를 둘러싼 현장의 노동 실질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방송작가가 왜 노동자냐, 대본만 쓰는 게 노동이냐', 그 질문에 되묻고 싶다. 정말 방송작가가 일하는 것들을 당신들은 본 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말이 방송작가이지 현장에선 갖은 일을 도맡아 하는 현장 진행요원이다. 그리고 현장이 만들어지기 전후엔 원고와 자막을 쓰는 노트북 글쟁이이다. 기획이 필요한 자리에는 어디든 불려가 척척 문서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메인 작가에게 소리치는 스태프를 말리다가 되레 목이 졸렸다. 너무도 속상한 작가진은 항의를 했고 이어 해고를 당했다"라고 작금의 세태에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4회분 녹화까지 마쳤으나 제작사는 정작 한 푼도 임금을 주지 않았다. 이제와 제작사들은 '제작사가 바뀌었다, 내가 고용한 작가가 아니다', 심지어 '알아서 와서 일을 했다', 이런 핑계를 대면서 면피하기 위해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해당 프로그램에 국한돼 있지 않다. 일을 해도 노동자가 아니고 계약서를 쓰자는 말을 꺼낼 수도 없고, 쓰자고 해도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내일부터 나오지 마' 이렇게 얘기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선영 작가는 "과연 이런 현장에서 노동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박 작가는 "조사관이라는 담당자는 '집필 계약서를 쓰면 노동자가 아니다, 일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라, 계약서를 써도 그 안에 기간이 없으면 일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하며 피해 작가들을 2차 가해하고 있다. 이런 경우가 특수한 게 아니다. 방송판의 노동법 실태는 엉망진창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올해 접수된 사례만 봐도 예순 여 명의 방송 스태프들이 임금체불을 신고했고, 그 금액만 6억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단지 근로계약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작가계약서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해고를 당해도 노동청은 그 해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 현장이 노동법의 무법지대여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선영 작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저희는 세 가지를 규탄한다"라며 "하나, 방송작가들에 대한 임금체불·폭행·해고를 진행한 파렴치한 제작사를 규탄한다. 걸핏하면 거짓말하고 서로 책임전가에 바쁜 대표와 총괄연출자, 당신들을 규탄한다. 하나, 방송작가를 폭행한 당사자에 대한 책임, 그 책임 또한 미루기에 바쁜 제작사 대표와 총괄 연출자, 그리고 숨어있는 가해자, 당신들이 일터에서 저지른 일을 부끄러워하십시오. 하나, 폭행·체불·불법 해고, 가장 저질스러운 삼단 병폐를 자행한 제작사를 꾸짖기커녕 피해자인 방송작가들, 보호받아야 할 작가들을 압박한 '노동청 조사 감독관' 당신들을 규탄한다. 국민의 혈세로 일하면서 국민을 보지 못하고 당신들의 근무태만과 책임방기로 노동청에서 정당한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한 작가들에게 당장 사과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박 작가는 "방송작가도 노동자이다. 방송작가도 부당해고를 당해선 안 된다. 방송작가도 임금체불을 당해선 안 된다. 끝으로 방송작가도 폭행을 당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빛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가해자 D 씨에 관해 형사 조치를 밟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청에 제작사의 직장 내 괴롭힘, 불이익 처우, 임금체불 등에 관해 처벌을 원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알렸다.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김나라 기자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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