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없이 하나된 선율, 서울의 밤을 적시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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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밤 서울 올림픽공원에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 속 축포가 울려 퍼졌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고잉홈 프로젝트'가 출범 2주년을 맞아 첫 야외 공연을 선보이면서 클래식 축제의 새 장이 열렸다.
공연장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가 연주됐다.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는 "지휘자 없이 '고잉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년 간 어려움도 많았지만 또 다른 발전가능성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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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등 연주
클라리넷·바순·플루트 다양한 무대
클래식 야외 공연의 새 지평 열어
늦여름 밤 서울 올림픽공원에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 속 축포가 울려 퍼졌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고잉홈 프로젝트’가 출범 2주년을 맞아 첫 야외 공연을 선보이면서 클래식 축제의 새 장이 열렸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잔디마당. 초저녁 30도에 육박한 열기 속에 관객들이 속속 게이트 앞으로 입장했다. 종이 팔찌를 두른 관객들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매년 5월에 진행하는 서울재즈페스티벌 못지 않은 분위기였다. 흰색 블라우스에 바지 정장을 입고 등장한 손열음은 경쾌하게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연주했다. 중계 화면을 통해 카메라가 손열음의 열 손가락을 오래도록 비춰줬는데 빠져들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긴 쉬는 시간에는 멕시코 요리인 타코 부스가 문전 성시를 이뤘다. 타코 부스 운영자는 이 같이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을 예상하지 못한 듯 “재료 소진으로 인한 마감”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어둠이 내려앉고 공연이 2부로 접어들자 해는 완전히 지고 무대 왼편으로 보이는 롯데월드타워 옆에 떠오른 초승달이 운치를 더했다. 공연장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가 연주됐다. 타악기 연주자들이 새롭게 등장해 거대한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꾸려졌다. 지휘자 없이도 거대 규모의 편성에서 각 악기들은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했다.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는 “지휘자 없이 ‘고잉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년 간 어려움도 많았지만 또 다른 발전가능성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악기들의 개성은 뚜렷하게 빛을 발했다. 특히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중심이 되는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3악장을 비롯해 대표 바수니스트(바순 연주자) 유성권이 연주한 니노 로타의 바순 협주곡 등 평소에 돋보이지 않는 개별 악기들이 개성을 충분히 드러낼 무대가 마련됐다는 것도 새로운 부분이었다.
대미를 장식한 건 클라리넷 연주자 조인혁이 연주하는 아티쇼의 클라리넷 협주곡이었다. 무대에 중앙으로 나와서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한 그는 완전히 무대를 장악하며 단독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어 정장 재킷을 벗고 파란 블라우스로 환복한 손열음이 합류해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하면서 콘서트는 절정으로 향했다. 지휘자 없이도 저마다 개성을 살리면서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탄생한 순간에 4000여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증인이 됐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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