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찾아 제주서 인천까지 440㎞ 날아온 임신부…위기 넘겨

홍현기 2024. 9. 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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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60만∼70만명인 제주도에 의사가 없어 헬기를 타고 400㎞ 넘게 이동할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의료 인력 부족 탓에 제주에서 인천까지 헬기로 이송된 임신부 고모(30)씨의 남편 우모(31)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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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타고 식은땀 흘리며 진통…조산 걱정에 마음졸인 부부
이송 헬기 내부 모습 [환자 남편 우모(31)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인구가 60만∼70만명인 제주도에 의사가 없어 헬기를 타고 400㎞ 넘게 이동할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의료 인력 부족 탓에 제주에서 인천까지 헬기로 이송된 임신부 고모(30)씨의 남편 우모(31)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씨는 조기 출산 위험으로 지난 9일 오전 11시께 제주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돌봐줄 수 있는 의사가 없어 440㎞ 떨어진 인천 인하대병원까지 소방헬기로 이송됐다.

당시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여유 병상이 있었으나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 등의 여파로 담당 의사는 1명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씨 부부는 소방헬기의 연료 부족 탓에 제주에서 충남 소방항공대로 1차 이송된 뒤 인천행 헬기로 갈아타기도 했다.

구급차 이송 시간을 포함해 제주대병원에서 인하대병원으로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 30분에 달한다.

이송 중 진통 억제 약물까지 떨어져 고씨는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진통을 견뎌야 했고, 아이를 조기 출산할까 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일반적인 임신 기간은 40주인데 임신 25주 차인 A씨가 만약 조기 출산한다면 아이 건강도 장담할 수 없었다.

우씨는 "제주대병원에서 이송 과정에 의사 1명을 붙여줬지만 링거 주사 용량을 확인하는 것도 미숙하고 관련 장치 조작이나 환자 케어도 부족해서 불안했다"며 "진통제가 떨어지면서 아내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니까 너무나도 불안했고 30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고향 제주도를 원망했다"고 토로했다.

환자 이송 헬기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인하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씨는 다행히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는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조기 출산 위기를 넘긴 상태다.

인하대병원은 조기 출산아를 돌볼 수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과 고위험 산모를 치료하는 산부인과 인력을 갖추고 있어 고씨를 맡을 수 있었다.

이송 전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지고 자궁도 수축했던 고씨는 지금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 우씨는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최대한 아내를 돌보고 싶지만 제가 제주도에 복귀하지 않으면 다른 동료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걱정"이라며 "저희는 힘들게 위기를 넘어갔지만 또 다른 임신부에게 비슷한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담당 교수님은 일정이 많아 바쁜 상황에서도 저희를 받아줬다고 한다"며 "이송 시간은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교수님께는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부탁했다.

고씨를 담당한 최수란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조기 출산했을 경우 아이는 무게 870g 정도의 초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나고 신생아실에서 집중 관리를 받아야 한다"며 "일단 최대한 분만 시기를 늦추도록 치료했고 안정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여유는 없지만 환자를 받는 곳이 없다고 하니 '오죽하면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마음으로 환자를 받았다"며 "저희보다도 환자가 더욱 힘들 텐데 이런 상황까지 와야 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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