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도 타격한 우크라···‘장거리 무기’ 제한 해제될까

김희진 기자 2024. 9. 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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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느껴봐야” 러시아 수도에 나타난 벌떼 드론
바이든, 우크라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논의 중”
러시아 모스크바 라멘스코예 지구에 아파트 두 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파손됐다.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등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본토 깊숙이 전선을 옮겨 종전을 압박하려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가 제공한 장거리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0일(현지시간) 밤사이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144대를 격추했으며, 그중 20대는 모스크바 상공에서 파괴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라멘스코예 지구 고층 아파트 최소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모스크바에서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진 건 처음이다. 해당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창문에서 불덩어리가 보였다. 폭발 충격으로 창문이 날아갔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모스크바 3개 공항이 이번 공격으로 6시간 이상 폐쇄됐다. 모스크바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인 카시르스코예 고속도로는 일부 드론 잔해가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이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감행한 역대 최대 규모 드론 공격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 모스크바 라멘스코예 지구에 아파트 두 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파손되면서 잔해가 도로에 떨어져있다.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드론 공격을 이어가는 전략을 두고 ‘심리전’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기반 시설뿐 아니라 민간인의 정신을 파괴하려는 광범위한 목적을 갖는다”며 “목표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쟁이 벌어진 후 대부분 러시아인은 전쟁을 자신과는 상관없는 멀리 있는 일로 여겼다”며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러시아 본토로 싸움을 옮겨 러시아 시민들이 더는 전쟁을 외면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이 가까이에서 전쟁을 경험토록 해 종전에 대한 현지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열세가 심화될수록 러시아 본토 비행장과 미사일 발사대 등을 공격할 수 있도록 장거리 무기에 대한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무기 사용을 제한해왔던 미국 입장에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처음 시사하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3일 워싱턴 회담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지난주 이란이 서방의 경고를 무시한 채 러시아에 수백 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등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을 전격 허용한다면 2년 7개월째 이어지는 전쟁도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로이터는 “미국이 먼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있어 우크라이나는 수개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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