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압박 벗어난 마윈, 보폭 넓히나… 공개서한서 ‘102년 생존 기업’ 목표 재확인
”시장의 힘과 혁신의 가치 믿어라” 당부
마윈 도발 발언에 3년간 반독점 조사 진행
최근 조사 종료… 공개 행보 시작할지 주목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창립 25주년을 맞이해 ‘102년간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목표를 다시 한번 임직원에게 상기시켰다. 마윈의 도발적 발언으로 3년 넘게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 속에서 살던 알리바바는 최근에서야 감시에서 자유로워졌는데, 이를 계기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마윈이 공식 행보를 시작할지 주목된다.
11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마윈은 알리바바 창립 25주년인 지난 10일 인트라넷(내부망)에 ‘내가 알리 사람이라 자랑스럽다’는 제목의 서한을 게시했다. 마윈은 “우리는 102년간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라며 “그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목표인지, 특히 돈을 벌면서 이상도 갖고 있는 기업이 되기는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을 매년의 경험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윈은 “오늘날 인터넷 인공지능(AI) 기술 바람이 불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알리의 많은 사업이 도전과 추월당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것은 예상했던 일이다. 어떤 분야에서 영원히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회사는 없기 때문”이라며 “경쟁만이 자신을 더 강하게, 산업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알리는 보호받는 회사가 아닌 만큼, 알리는 시장의 힘과 혁신의 가치를 믿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윈이 말하는 102년 생존기업은 알리바바의 창업 연도인 1999년에서 출발한다. 알리바바가 창업 후 102년이 지나면 그 해는 2101년이 된다. 즉 ‘알리바바는 20세기에 창업해, 21세기를 관통하고 22세기까지 존속하는 이른바 3세기를 잇는 강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윈의 ‘102년 사랑’은 엄청나다. 2014년 종업원 102명의 합동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으며 “우리(회사와 종업원)의 결혼 유지 기간은 총 102년이다. 이미 15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87년간 우리는 부부로 지내야 한다. 그 뒤엔 이혼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윈의 서한이 공개된 것은 중국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알리바바에 대해 3년 넘게 진행한 반독점 조사를 종료한다고 밝힌 지 11일 만이다. 총국은 2020년 말 알리바바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뒤 2021년 4월 알리바바가 입점 상인들에게 타사 플랫폼 입점을 막는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며 182억2800만위안(약 3조4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에도 지도·조사가 이어졌고, 총국은 지난달 30일에서야 “알리바바는 양자택일 독점 행위를 완전히 중단했다”라는 성명을 냈다.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단속은 마윈의 도발적 발언에서 출발했다는 관측이 많다. 마윈은 2020년 10월 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당시 중국의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 포럼에서 “위험 방지를 지상 과제로 내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펴고 있다”고 금융 당국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 결과 그해 11월 예정돼 있던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무산됐고, 알리바바는 핵심 수익 창출원이었던 인터넷 소액 대출과 금융투자상품 판매도 중단해야 했다.
마윈 개인에 대한 후폭풍도 컸다. 마윈은 즉시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고, 2년여간 해외를 전전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27일 항저우에서 처음 포착됐고, 바로 다음 날 알리바바는 회사를 6개 사업부로 나누는 ‘1+6+N’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같은 해 6월, 마윈은 알리바바 항저우 본사를 직접 방문했는데, 이날 알리바바는 임원진 인사를 발표했다. 3개월 뒤인 9월 8년간 알리바바를 이끌었던 장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고, 수뇌부는 마윈 최측근들로 채워졌다. 이 모든 조치의 뒤에 마윈이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마윈은 여전히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 종료를 계기로 마윈의 보폭이 커질지 주목된다. 현재 알리바바는 중국 내수 부진과 업계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인해 갈수록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마윈이 언급한 대로, 반독점 조사를 받는 동안 알리바바의 주가는 298홍콩달러(약 5만1000원·2020년 10월 23일)에서 현재 80홍콩달러(약 1만4000원)로 70% 넘게 급감했다. 당국의 지시에 알리바바가 좀처럼 날개를 못 펴는 사이, 또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가 해외 진출 등에 힘입어 알리바바 시가총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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