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방문진 MBC 관리 부실’ 감사, 주의 조처로 마무리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문화방송(MBC)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관리·감독 부실 여부에 대해 조사해온 감사원이 ‘주의 조처’로 감사를 마무리했다. 보수단체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대대적으로 조사에 나섰으나 중대한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한 셈이다. 감사원은 “방문진·문화방송이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제한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감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11일 ‘방송문화진흥회의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관련 국민감사청구사항 감사보고서’를 통해 “방문진이 문화방송이 ‘문화방송 관리지침’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두거나 문화방송으로부터 경영사항을 단순 전달받는 수준에 그친 채 조사사항을 논의하지 않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문진 이사회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을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등 방문진법 및 상법에 따른 문화방송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 ‘주의’를 통보했다. 징계 없이 비교적 가벼운 주의 조처가 나온 것이다.

감사원은 2022년 11월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의 청구를 받아들여 실시한 이번 감사에서, 청구인이 주장한 9개 감사 청구 요지 가운데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105억원 손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수익금 지급 지연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선지급 투자금 회수 난항 △MBC플러스의 무리한 사업으로 100억원 이상 손실 등 6개에 감사를 진행했다.

먼저 문화방송이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해 105억원 손실을 본 것에 대해 감사원은 “방문진이 문화방송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추가 손실 가능성, 불충분한 조치사항 등을 보고받고도 제도개선을 요구하거나, 문화방송이 방문진 이사회 회의에서 언급했던 최종 감사결과나 경영진·이사의 책임에 대한 문건 등을 제출받아 점검한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은 방문진이 문화방송 감사 등으로부터 문화방송이 경영상 여러 문제점이 있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적자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보고를 수차례 받고도 기존 경영정상화 방안 이행 여부를 점검하거나 새로운 방안 마련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방문진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과잉 출연한 문제를 방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문진은 사전협의 내용과 달리 사옥매각대금 중 200억원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 사실을 보고받고도 관계사의 사전협의 내용 위반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방문진이 감사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자료를 문화방송이 회수해 가도록 하거나 폐기하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방문진 이사장에게 앞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고, 이사회 회의자료를 문화방송이 회수해가도록 하거나 폐기한 후 사후 관리하지 않는 등 공공기록물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주의요구했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