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만 경영으로 거액 투자손실 반복…방문진, 알고도 묵인"
자회사 적자 증자로 메꿔
사옥 팔아 사내복지기금 과잉출연
감사자료 제출 요구 무시
공공기록물 관리 엉망…'주의' 요구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최승호·박성제 사장 시절 MBC가 거액의 투자 손실을 반복하고 자회사인 MBC아트 임직원들의 임금과 명예퇴직금을 유상증자로 메워주는 등 방만 경영을 일삼아 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MBC 최대 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은 이를 알고도 묵인해왔고, 감사 과정에서도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은 채 이사회 회의자료를 MBC가 회수해가도록 하거나 폐기해 공공기록물도 부실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1일 이같은 내용의 국민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방문진에 주의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 총 477명이 2022년 11월 "방문진이 MBC의 방만 경영을 보고받고도 관리·감독을 나태하게 하고 있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국민감사 청구 사안 9개 중 6개에 대해 감사 실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방문진과 MBC 측에서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 제출을 거부한 탓에 일부 제출자료와 외부기관 수집 자료 등 제한적인 자료만을 근거해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 방문진은 자료 미제출 거부 사유를 확인하기 위한 열람 허용조차 거절했고, 2021년 1월 중순부터는 MBC가 보안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자료를 회수해가도록 허락하거나 이사회 회의자료를 직접 파쇄한 후 사후 관리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MBC의 방문진 이사회 보고자료와 MBC 내부규정, MBC 내 의자결정 자료, 관련 계약서 등 감사에 필요한 다수의 자료를 직접 확인·검토할 수 없어 감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MBC가 중장기 투자·개발 계획을 시행하기에 앞서 방문진과 사전 협의·보고를 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화방송 관리지침'(방문진 지침)을 지키지 않은데다 거액의 손실까지 냈다고 판단했다. 방문진은 이런 사실을 제때 파악하지 못하거나 뒤늦게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사안별로 보면 MBC는 지난 2019년 이사회 의결 없이 본부장 전결로 미국 리조트 개발 펀드에 105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1905억원을 초고위험 금융상품인 국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그러나 미국 리조트 개발 펀드 투자금액 전액을 손실했고 그 외 투자의 경우에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태다.
방문진 제 11기가 이를 2021년 2월까지 MBC로부터 보고받지 못하다가, 그 해 3월과 6월 MBC 대표이사와 감사가 해당 투자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과 함께 보완조사 후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보고하고서야 MBC에 향후 조치를 적극 보고할 것을 뒷북 지시했다.
다만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차기(12기) 방문진이 MBC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추가 손실 가능성과 불충분한 조치사항 등을 보고받고도 제도개선을 요구하거나 MBC가 11기 이사회 회의에서 언급했던 최종 감사결과나 경영진·이사의 책임에 대한 문건 등을 제출받아 점검한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또 MBC의 자회사인 MBC플러스가 계약 내용도 모른 채 전남 여수에 실내스포츠 테마파크 사업을 파산 직전인 회사에 투자해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지만, 이는 방문진과의 사전협의 없이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차기 방문진이 이런 문제점과 함께 대표이사·담당 이사에게 문책경고 및 기관경고를 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당시 MBC 측은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형식적인 것이며 '연임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2022년 2월 방문진 이사회 보고 시 기관경고 조치가 가볍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그 해 4월 임원들을 문책경고했으나, 담당 이사는 그 직전인 그 해 3월 연임된 것을 확인했다. MBC 측의 설명과 달리 담당 이사가 연임된 후 문책경고가 이뤄지면서 연임 방지 효과는 없던 것이 됐다.
MBC는 2019년 12월 또 다른 자회사인 MBC아트를 흑자 기조로 만들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안과 함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방문진 회의에 상정했고, 방문진은 이를 원안대로 의결했다. 당시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명예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 회사경비 절감, 임원 임금 반납, 임금피크제 강화 등이 담겼다.
이후 MBC아트는 경영정상화 방안대로 임원 임금을 일부 반납 받았지만, 2021년 2월부터 반납은 없었고 2022년에는 오히려 임원 임금과 함께 임금피크제 폐지로 직원들 임금까지 인상했다.
방문진은 MBC로부터 이같은 MBC아트의 적자 상황과 경영상 문제점을 수차례 보고받았다. 하지만 경영정상화 방안 이행여부를 점검하거나 새로운 대책 마련을 요구했는지는 방문진 측 자료 거부로 확인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MBC 감사로부터 자회사인 대구MBC가 사전협의 내용과 달리 사옥 매각대금 중 200억원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과잉 출연한 사실도 보고 받았지만 이를 묵인했다고 결론냈다.
당초 대구MBC는 2019년 5월 '신사옥 개발 계획'을 방문진과 사전협의 하면서 사옥 매각대금 4700억원 중 3400억 원은 신사옥 이전 비용으로, 나머지 1300억 원은 장기수익원 투자금으로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했었다.
방문진은 감사 과정에서 대구 MBC의 자율적 경영사항에 불과하며 적절히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앞으로도 사전협의 사항에 따른 MBC의 후속 조치에 대한 방문진의 관리·감독이 소홀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보고서에 기재까지 했다.
아울러 방문진은 MBC의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수익금 지급 지연과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선지급 투자금 회수 난항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이에 대해 일절 논의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두 사안 모두 방문진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라거나 '올림픽 등도 거의 보고하지 않는다'는 방문진 이사회 회의 간사인 사무처장과 MBC 본부장의 허위 보고를 확인조차 안한 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그간 동계올림픽과 골프 대회 등 타 스포츠 중계방송의 실적을 보고해왔다.
감사원은 방문진에 '방송문화진흥회법' 및 '상법'에 따라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고,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관련자에 대한 징계 요구 등의 조치는 없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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