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도광산 등재 대가로 7~8월 추도식 연다더니…외교부 "9월 어려워"

이재호 기자 2024. 9. 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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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할 대상 명부 확보도 못하고 고위급 참석 인사도 확정 못해…베를린 소녀상 철거에는 "정부 나설 일 아냐" 선 그어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이야기했던 노동자에 대한 추도식 개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외교부가 일본의 조치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사도광산에서 강제노역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추도식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문에 "일본 내부 검토 중에 있고 복수로 (추도식) 장소가 검토되고 있다"며 "추도식의 시기나 참석 수준은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추모 대상과 규모, 일시, 참석 주체 등 어느 하나 정해진 것이 없지 않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일단 (일본과 추도식 관련) 교섭 단계는 아니고 중앙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고 가능한 한 진정성있는 추도식이 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당시인 지난 7월 27일 외교부가 보도자료에서 올해부터 매년 7~8월 경 현지에서 추도식이 개최된다고 했는데 올해는 어려운 것이냐고 물었고 조 장관은 "올해 열리는 것으로 양해가 돼 있다"고 답했다.

추도식이 9월 중에는 열릴 수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어서 9월은 좀 어려울 것 같다. 날짜는 조율 중"이라며 "어떻게 우리가 마냥 기다리겠나? 합의 사항인데"라고 말해 일본과 향후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일본과 추도식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진전된 사항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외교부가 추도식 개최와 관련 한일 간 협상 현황에 대해 "현 단계에 말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면서 유네스코 등재 협의 단계에서 추도식의 날짜나 참석 인사, 규모 등을 좀 더 명확하게 정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추도식에 반드시 있어야 할 강제 노역 노동자 명부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저희들이 확보한 명부가 따로 있고 여러 학계에서 수집한 자료가 있는데 좀 더 완벽한 명부를 만들기 위해 니가타현이 소장하고 있는 명부를 요구했다"며 "이 명부가 미쓰비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미쓰비시 동의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일본 측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정 의원은 올해 추도식이 개최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조 장관은 "열린다. 열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정식 의원은 "우리가 유네스코 등재에 동의해줬는데 추도식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추도 대상도 (정확하게) 없으면 그게 무슨 망신인가"라며 "일본에 두 번 능멸당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장관은 일본 측으로부터 우키시마마루(浮島丸·이하 우키시마)호 승선 명부를 받은 것을 두고 "일본의 전향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일본이 탑승자 명부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왔는데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질문에 "사과하라는 이야기부터 먼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5일 외교부는 "그간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입수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교섭을 거친 결과 일측으로부터 승선자 명부 일부를 제공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조선인 노동자를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일본 해군 수송선이다. 이 선박은 1945년 8월 22일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이틀 뒤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그런데 이후 일본 정부는 수 년 간 선체를 인양하거나 유해를 회수하지 않아 의혹을 키워왔다. 또 탑승자 명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탑승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다 일본의 한 언론인이 후생노동성에 명부를 공개하라는 공개청구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다던 명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즉 그간 명부가 없다는 일본의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일본 측이 한국에 명부를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는데, 조 장관은 이런 상황이 일본의 "전향적 조치"라고 평가한 셈이다.

조 장관은 이달 28일로 철거 시한이 정해진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외 소녀상 문제가 민간 주도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고 민간 주도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력과 로비를 펼치고 있는데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대응을 안하고 있다"며 "과거사 대응 예산도 2023년 14억 원에서 꾸준히 줄어들어 2025년은 7억 65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대응을 안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과거사 대응에 소홀한 적 없다"며 "예산 액수로 과거사에 대한 정부 입장을 판단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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