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 은행에 맡긴 금융당국, 혼선 사라질까

노명현 2024. 9. 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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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이복현, 은행 자율에 맡겨야
은행권, 실수요자 전담 팀 구성 
혼선 불가피…하나은행 쏠림 가능성도

금융당국 수장들이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 "은행권 자율"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일주일 전만 해도 은행마다 가계대출 취급 기준이 "제각각"이라고 비판했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 관련 메시지를 밝힌 후 혼선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고개를 숙였고 입장을 바꿨다.

사실 상 가계대출 관리 주체가 된 은행들은 소비자 혼선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대출 취급 기준이 되는 '실수요자'를 판별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수요자 요건은 지속적으로 바뀔 수 있는 내용이라 당분간 소비자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수요자 기준? 공은 은행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관리에 대해 은행권 자율을 강조했다. 지난 6일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에서 김병환 위원장은 "정부가 획일적 기준을 정하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기 어려워 국민 불편이 커진다"라며 "차주 불편을 알고 있는 은행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개별 고객 불편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병환 "가계부채, 은행 자율대책 우선…안잡히면 추가 대책"(9월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통일된 메시지를 내기 위해 방향을 수정했다. 은행별 들쭉날쭉한 가계대출 기준을 비판했던 그는 지난 10일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선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가계대출 수요 관리의 실질적 책임은 은행이 떠안게 됐다. 특히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 유주택자에 주택담보대출 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던 은행들은 실수요자 판별을 위한 예외사항 마련에 분주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당초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만 주담대 공급을 제한하다 지난 9일 1주택자에 수도권 내 주담대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 지나 유주택자여도 주담대 예외 사항을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주택 처분 조건과 결혼 예정자, 상속자 등이 대상이다.

지난 6일 유주택자 주담대 공급을 막았던 신한은행 역시 기존주택 처분 조건은 허용한다.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인 생활안정자금은 대출한도가 1억원 초과를 허용한다.

우리은행도 결혼 예정자, 상속자 등은 주담대를 허용한다. 이들 은행은 모두 '개인 심사 전담팀'을 꾸려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사항을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취급 제한 예외 사항

너도나도 실수요자…혼란 지속 불가피

금융당국의 자율 관리를 두고 은행권에선 정해진 공급 규모 안에서 일선 창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요자 혼란을 막으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유주택자 주담대를 막았던 은행들이 서둘러 예외 사항을 만들어 실수요자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수요자 전담팀 운영에도 당분간 창구에서 은행과 금융 소비자 간 실수요자 여부를 두고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은 실수요자임을 주장하고 은행들은 예외 사례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유주택자 주담대 취급 제한 예외 사항은 이전에 적용했던 방안을 다시 가져오는 수준으로 은행별로 차이가 크지 않다"며 "일반적인 사례가 아닌 그 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수요들도 발생할텐데 이들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 주담대 취급 기준이 느슨한 은행으로의 쏠림 현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하나은행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취급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고 NH농협은행은 다주택자 중 수도권 주택매입에 한해 주담대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작년 말 대비 8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각각 3.4%와 2.5%로 5대 은행 전체 평균(4.76%)보다 낮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기대감에 주택 매입 수요가 지속되면 대출 문턱이 낮은 은행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영향으로 해당 은행들이 가계대출 잔액 관리를 위해 취급 제한 기준을 강화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 불만 등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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