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된 이스라엘 인질 6명, 페트병에 소변 보며 마지막 수주 보냈다”
하마스, 인질들의 구출 호소 인터뷰 찍고 두 종류 무기로 처형
하마스는 시신 발견 뒤 차례로 녹화 인터뷰 공개하며 이스라엘 내 휴전 여론 부추겨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달 31일 시신으로 발견된 이스라엘 남녀 인질 6명이 처형되기 직전 수주간 살았던 가자지구 라파 시티 지하의 터널 영상을 10일 공개했다.
라파 시의 지하 20m에 설치된 이 터널은 60~90㎝의 폭에 높이는 1.5m에 불과한 콘크리트 터널이었다. 터널의 바깥쪽 입구는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그림이 그려진 아이들 방 바닥과 연결됐다. 4개의 사다리로 내려간 터널 내부엔 환기 시설도 없었고, 120m의 터널 끝에는 금속 문이 설치됐다. 화장실도 없어, 인질들의 시신이 발견된 터널 바닥에는 소변이 가득한 페트병들이 여러 개 있었다.
직접 허리를 숙이고 이 터널 내부를 둘러본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은 “환기가 안 되는 끔찍한 환경이었고, 현장에선 옷가지들과 소변이 담긴 병, 단백질 바, 샴푸와 비누, AK-47 소총 탄창, 머리카락이 엉킨 빗, 체스 세트, 코란, 흥건한 피 자국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또 여성들의 옷가지도 발견됐다.
이스라엘 군당국은 인질들이 살해되기 전에 이곳에서 얼마나 지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 물품을 조사 중이나,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살해된 시신들은 한 곳에서 발견되지 않고, 터널 내부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이 8월 27일 베두인족 인질인 파르한 알카디가 피랍 326일만에 홀로 발견된 곳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질들이 억류됐던 열악한 환경은 하마스 테러범들이 추가로 인질들을 살해할 가능성과 함께, 현재 억류된 나머지 인질들이 살아서 구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하마스의 작년 10월 7일 기습테러로 납치된 이스라엘 측 인질은 모두 251명. 이 중에서 101명이 아직도 가자의 터널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에선 실제로 아직 살아있는 인질의 수를 64명 정도로 본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정이 맺어지기 전에, 나머지 인질이 이런 환경을 살아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 측이 하마스 테러범들에게 무기가 공급되는 이집트와 가자 남부 국경인 필라델피아 회랑에 이스라엘군의 상주를 요구하고, 하마스가 ‘영구적인 휴전’을 요구하면서 수주째 전혀 진전이 없다.
하마스는 이들 6명의 인질을 처형하기 전에, 이들이 속히 휴전을 해서 자신들을 구해 달라고 호소하는 인터뷰 영상을 찍었다. 이스라엘군이 시신을 발견하자, 이 영상을 시차를 두고 한 사람씩 공개하면서 이스라엘 내 휴전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 6명은 납치되고 11개월간 살아 있었지만, 8월 29일에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며, 시신은 8월 31일에 수습됐다. 이스라엘군은 시신 감식 결과 이들을 살해하는 데 두 종류의 무기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들이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남자 4명과 여자 2명의 시신이 이스라엘군에 발견된 이후, 수십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거리로 나와 휴전 협정의 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이 구금한 팔레스타인인 포로들과 이스라엘 인질들의 맞교환을 막고 있다고 비난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한 휴전협상 입장을 통해 더 나은 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인질의 가족들은 계속된 군사적 압력이 인질의 생명을 더욱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한다. 인질의 한 가족은 “지하 터널에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데 그 위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하는 것은 러시아 룰렛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인질 구출 작전이 전개되거나 자신들이 위협을 받으면, 그 지역에 억류한 해당 인질을 우선 살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실제로 8월 31일 시신 여섯 구가 발견될 당시, 이스라엘군은 인근에서 작전 수행 중이었으나 인질 구출 작전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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