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부터 다르다...백종원도 겸손하게 만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종합)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스케일부터 압도를 예고한 '흑백요리사'가 넷플릭스의 품 속 백종원, 안성재와 함께 K-푸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그랜드볼룸에서 넷플릭스 새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은 김학민-김은지 PD, 백종원, 안성재 셰프가 참석했으며 진행은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을 그린다.
연출은 '테이크 원' '싱어게인'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을 연출한 김학민 PD와 '보물찾기' '싱어게인2'를 연출한 김은지 PD가 의기투합했다.
먼저 프로그램에 관해 김학민 PD는 "첫 기획 자체가 이 모습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무명 요리사 100명이 한꺼번에 붙는 요리 서바이벌에서 시작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요즘 시청자들은 분명한 포인트를 선호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규모감 있는 서바이벌도 좋지만 그 이상의 포인트를 가진 프로그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렇다면 집 앞 음식점 사장님과 미슐랭 셰프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호기심을 확장해서 아무도 모르지만 실력 있는 무명 요리사, 유명하고 실력 있는 유명 요리사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넷플릭스 첫 요리 서바이벌 예능이지만, 그간 많은 요리 서바이벌 예능이 시청자와 마주했던 만큼 '흑백요리사'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김은지 PD는 "계급 전쟁이 큰 차별점이 될 것 같다. 무명과 유명의 대결을 통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해서 특별한 서사가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세트장 규모가 1천 평이었을 정도로 대한민국 요리 서바이벌 예능 역사상 가장 스케일이 컸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김학민 PD는 "대규모 동시 조리를 시도한 건 저희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안전에 신경 썼는데, 동시 조리 중 가스가 샌다면 큰일이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안전을 신경 썼다"며 "공정하게 요리사의 진심이 담긴 요리를 심사할 수 있도록 규칙도 신경 쓰며 준비했다"고 프로그램 연출에 신경 쓴 방향을 밝혔다.
심사위원으로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패커' '장사천재 백사장' 등을 통해 국민 요리 멘토로 자리매김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모수 서울' 셰프 안성재가 출격한다.
이들을 발탁한 이유로 김학민 PD는 "왜 두 분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저희가 고른 게 아니라 백 쌤이 저희를 골라주신 거다.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고, 함께 해주시지 않았다면 이 프로그램은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안성재 셰프는 프로그램의 끝과 같다. 한국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라는 타이틀 이상은 쉽게 상상하지 못할 거다. 어려운 상황에도 출연을 결정해주셨을 때 감사했다. 이렇게 심사위원을 채우니까 꽉 찬 느낌이 들어 더 채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두 분을 모시게 돼 영광이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백종원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우리나라 드라마, 예능, 영화가 해외에서 난리더라. 몇 년 전만 해도 짜장면에 거부감이 많던 사람들이 지금은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넷플릭스로 우리나라 음식을 조명한다면 외식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런 시작점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라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백종원은 "시작부터 제작진 의도를 듣고 나서 불가능할 것 같았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그간 많이 했지만 요리사 100명을 모으는 것도 힘들고 현장 자체가 음식을 하려면 불, 물, 배수가 있어야 하는데 요리사가 5명만 되도 배수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100명은 비관적이었는데 그걸 해내서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백종원은 "음식도 많이 먹으러 다녔고, 길거리나 가성비 음식을 많이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도 먹는 걸 밝히는 편이라 거의 다 먹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편견을 깼다.
안성재 셰프는 "많은 요리사가 자기 인생을 걸며 도마 위에 서 음식을 만드는데, 심사위원으로서 외식업을 대표하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 절대적으로 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제작진의 말을 듣고 한국 미식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들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성재 셰프는 "맛이 제일 중요하지만 맛 하나로 가기에는 손맛 좋은 어머님부터 셰프님까지 너무 다양한 장르의 셰프가 출연하셨기 때문에 그들의 의도, 기술, 방향성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심사위원이 2명인 만큼, 심사 중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에는 어떻게 했을까.
이에 김은지 PD는 "두 분 관점이 다르셔서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 끝장토론에 들어가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할 때까지 이어간다. 길게는 20분 이상 격렬하게 하신 적도 있는데 덕분에 심도 있고 정확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백종원은 "카메라가 있어서 지를 뻔했던 고성은 못 질렀다. 방송하는 사람들 못 믿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면서도 "안성재 셰프가 음식에 관해서 고집이 세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안성재 셰프는 "각자가 걸어온 길이 있지 않나. 여러 감정적인 게 오가기도 했지만 파인 다이닝이냐 길거리 음식이냐 상관 없이 누가 올라갈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옳은 결정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정한 심사를 위해 노력했다는 김학민 PD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세상 누구가 백종원과 안성재 셰프에게 안대를 씌우고 음식을 먹이겠나. 정말 맛으로만 평가했다는 흑백요리사의 상징적인 모습일 것 같다"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독려했다.
이에 백종원은 "안대를 쓰고 음식을 먹는 건 음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짓이어서 처음에는 욕을 엄청 했다. 그럼에도 이 행동이 가능했던 건 요리사들의 요리 과정에서 음식에 설득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봐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못 느끼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맛과 향으로만 골라야 했던 게 기발하면서도 잘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안성재 셰프는 "모든 게 새로웠다. 안대를 써야 공정한 심사가 되고 지인 관계를 떠나서 공정한 심사를 하자는 취지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서바이벌에는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스타 셰프 최현석을 필두로 중식 그랜드 마스터 여경래, 대한민국 최초 여성 중식 스타 셰프 정지선, '마스터 셰프 코리아2' 우승자 최강록, 15년 연속 이탈리아 미슐랭 1스타 오너 셰프 파브리 등 100명의 셰프들이 참여한다.
이들에 관해 김학민 PD는 "지금 봐도 놀랍다. 신기하게도 이분들이 해주신 한 마디가 있었는데, 요식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저도 성공해야 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프로그램인데, 한 분 한 분 만나면서 요식업이 정말 어렵고, 이 업계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책임감으로 하나돼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요리하는 분들이 계급은 없지만, 많이 알려진 백수저 셰프들이 유리하지 않을까 했는데, 스스로도 많이 겸손해졌다. 저도 음식을 많이 먹어봤지만 100인 중 음식점을 안 하는 분도 있었을 정도로 숨겨진 분들이 많더라"라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성재 셰프는 "제가 많이 존경하는 셰프님들도 나왔다. 요식업 종사자로서 손님들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동지 아닌가. 업장을 책임지며 생계를 이어가고, 요리에 자부심을 가진 분들을 평가하는 게 혹시나 안 좋게 보일까봐 고민을 많이 했다"며 "승자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경쟁이지만, 패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용기가 있어야지만 출연할 수 있는 거고, 자신의 커리어를 걸어야 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라 모두가 자랑스럽다. 심사위원으로서는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했다"고 동료애를 드러냈다.
한편,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오는 17일 1~4회를 시작으로 24일 5~7회, 내달 1일 8~10회, 내달 8일 11~12회가 공개된다.
사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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