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실질적 지배·운영'에 발주자 인정 안 해…본래 취지 역기능"
"처벌 염려해 예방조치 불이행 제재 감수해"
"산업안전 인센티브 활용해야…재정지원 등"
"50인 미만 사업장 법 이행 지원기구 신설"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올해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확대된 가운데, 법이 모호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대비가 어려운 상황에서 처벌에만 치중돼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11일 오후 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규제와 처벌만이 해법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김대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형사처벌 만으로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공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부담 여부를 결정하는 징표인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유무를 판단할 때 건설공사를 발주한 자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이 때문에 기업은 건설공사를 발주할 때 형사처벌을 받을 법률적 위험성을 의식해 발주한 건설공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참여, 협력을 축소하거나 아예 배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건설공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을 염려해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불이행에 따른 제재(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감수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그는 "고위 경영진에게 중한 형벌을 부과해 재해 예방 효과를 달성하려는 본래 기획이 오히려 입법목적 달성을 저해하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전체적인 안전보건 수준 증진을 위해선 제재적 조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에 참석한 서용윤 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 공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산업안전 인센티브'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안전 역량을 향상시키고 우수사례로 인정되는 경우 재정적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다른 사업장에도 전파되는 효과를 바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재정 지원, 규제 수준 차등화, 실질적 평가가점 등의 인센티브 접근을 반영한 진흥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발제자인 함병호 한국교통대학교 화학물질특성화대학원 교수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했다.
함 교수는 "중처법 제4조 제1항에 규정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애매모호해 비슷한 중대재해 발생 상황임에도 기소 또는 불기소로 다르게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두고 "요소는 있는데 체계가 없는 규정"이라고 봤다.
이에 함 교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함 교수는 "체계구축을 위해 중처법 제4조의 제1호부터 제9호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해석을 덧붙여야 한다"고 했다.
또 함 교수는 "근로자 과실이 안전보건관리 관리대상으로 정해지지 않아 향후 인적요인의 중대재해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함 교수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 항목에 휴먼에러(작업자 실수) 예방조치를 추가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중처법 관련 준비가 미미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은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이 완료된 상태이나 중소기업은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하청 사업주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보건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안전보건예산도 없는 경우가 많으며 전문성도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 이 점이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에 함 교수는 법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적용할 항목'을 별도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지원 및 민간 지원기구 설치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정부의 지원 역량을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하고 지속가능한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지원체계를 구축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 참여한 신재경 중소벤처기업부 인력정책과장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고충을 제시했다. 그는 "50인 미만 사업장 현장에서는 의무사항이 너무 많고 복잡하며 의무 내용이 불명확해 법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령상 의무사항을 핵심사항 위주로 간소화하고 명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날 언급된 50인 미만 사업장의 어려움과 관련해 "산업재해 위험도가 높은 건설업, 제조업 등을 제외고는 중처법상 의무 준수사항이 많지 않다"고 했다. 또 "사업주가 기본적인 안전보건 확보의무만 구축한다면 처벌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했다.
이어 한국노총이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사업'을 언급하며 "이 같은 사업장의 안전체계 구축에 요구되는 비용과 시간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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