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커버낫' 성공신화 '와키윌리'로 바통 터치

정혜인 2024. 9. 1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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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브 와키윌리 사업부 인터뷰
메타버스 세계관 더한 신규 브랜드 론칭
디자인으로 차별화…연 매출 1500억 목표
비케이브 와키윌리 사업부의 전이준 디자인실장(왼쪽)과 박성찬 마케팅팀장(오른쪽)이 와키윌리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긴 불황에 빠져있는 패션업계에서도 여전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테고리가 있다. 바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캐주얼 브랜드들이다.

비케이브의 간판 브랜드 '커버낫'은 이런 온라인 기반 캐주얼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가장 먼저 거론된다. 2008년 론칭한 커버낫은 스트리트 캐주얼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연매출 1400억원 가량의 메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후 비케이브는 '리', '랭글러', '팔렛', '와릿이즌'까지 성공시키며 연타석 홈런을 쳤다.

그런 비케이브가 이번에 또 다른 캐주얼 브랜드 '와키윌리(Wacky WiLLy)'를 내놨다. 와키윌리는 기존 온라인 기반 캐주얼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4세대 캐주얼'을 표방한다. 커버낫 등 1세대 캐주얼, 무신사에서 이름을 알린 2세대 캐주얼, '마뗑킴'·'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마르디 메크르디' 등 이른바 '3마'를 포함한 3세대 캐주얼과는 차별화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비케이브 와키윌리 사업부의 조국찬 사업부장·전이준 디자인실장·박성찬 마케팅팀장·김지훈 그래픽 디자이너·임강영 그래픽 디자이너와 만나 와키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와키윌리버스

와키윌리의 브랜드명은 '익살스럽다'는 뜻의 영어단어 '와키(Wacky)'와 상상 속의 인물을 대변하는 이름 '윌리(Willy)'를 합친 단어다. '환호성을 지르는 열렬한 관객'이라는 뜻의 '와키윌리스(Whacky Willies)'의 뜻도 가지고 있다.

와키윌리가 기존 패션 브랜드들과 가장 차별화 한 지점은 '세계관(universe)'이다. 세계관은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창작물의 시간·공간적 배경과 설정을 뜻하는 용어다. 최근에는 인기 아이돌, 버추얼 아티스트 등이 자신만의 독특한 가상 세계관을 내세우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와키윌리처럼 패션 브랜드가 세계관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박성찬 마케팅팀장은 "기존의 캐주얼 브랜드들과 차별성을 주고 싶어 브랜드에 스토리텔링을 더했다"며 "단순히 캐릭터를 활용한 패션 브랜드라는 한계를 벗어나 고객과 더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케이브 와키윌리 사업부 박성찬 마케팅팀장(왼쪽)과 전이준 디자인실장(오른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와키윌리는 가상의 캐릭터 '키키(Kiky)'를 내세워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스토리를 만들었다. 키키는 메타버스 세계에 사는 귀여운 캐릭터다. 키키의 스토리는 이렇다. 키키는 어느날 우연히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를 잇는 포털(문)이 열리면서 지구에서 가장 힙하고 트렌디한 도시인 서울에 도착한다. 키키는 지구의 사람들과 교감하며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시도한다. 와키윌리는 최근 키키가 주인공인 짤막한 영상을 공개했다. 추후 키키 외의 추가 캐릭터들도 공개할 예정이다.

키키를 디자인한 김지훈 그래픽 디자이너는 "와키윌리의 브랜드명에서 영감을 받아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캐릭터로 정의했다"며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장난스럽고 짓궂은 느낌의 미소를 띠도록 디자인 했다"고 설명했다.

와키윌리가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로 불리는 1020 고객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박 팀장은 "Z세대와 알파세대는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더 열려 있다"면서 "캐릭터들을 메인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또 메타버스 세계에서 고객들이 호응할 만한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술의 결합

와키윌리는 이 자체 캐릭터들을 제품에도 활용한다. 특히 캐릭터들을 단순히 로고로 사용하거나 옷에 반복적으로 집어넣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그래픽들을 개발하고 이를 의류에 활용한다. 사업부 내에 두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를 둔 것 역시 이 그래픽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전이준 디자인실장은 "라이선스 브랜드는 본사의 컨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에 제약이 있어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어렵다"며 "와키윌리의 경우 우리 디자이너들이 그래픽 소스를 직접 개발하고 자유롭게 창작한다는 점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그래픽들은 제품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매장의 인테리어에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개발한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 그래픽, 타이포 그래픽들이 사용된다. 옷과 매장, 브랜드 전체에 그래픽 작품을 입히는 셈이다.

비케이브 와키윌리 사업부 임강영 그래픽 디자이너(왼쪽), 김지훈 그래픽 디자이너(가운데), 박성찬 마케팅팀장(오른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 실장은 "최근 미팅을 가진 백화점 바이어들이 '그래픽을 물 만난 것처럼 활용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면서 "우리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미술과 예술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결과물에 이어져 나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와키윌리는 매 시즌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그래픽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새로운 브랜드처럼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전 실장은 "고객들에게 '와키윌리는 그래픽을 잘하는 브랜드'라고 인식되길 바란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고 그래픽적인 요소를 계속 더하면서 새로움을 주는 브랜드,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와키윌리가 계속 변주하는 브랜드가 되려는 것은 최근 국내 패션 시장의 상황과도 맞닿아있다. 조국찬 사업부장은 "최근 무신사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워낙 많은 신규 브랜드가 나타나다보니 브랜드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계속 새로운 걸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어 브랜드의 생명력이 짧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엔 중국 플랫폼들의 한국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조 부장은 "이미 중국의 쉬인, 테무 등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3세대 브랜드 수준을 거의 따라왔다"며 "완전히 다른 점을 보여주기 위해 키키와 같은 캐릭터와 콘텐츠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캐주얼

와키윌리는 캐릭터·그래픽 디자인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도 제품 자체는 '기본'에 충실하도록 했다. 박성찬 팀장은 "알파 세대부터 그 부모 세대까지 모두 입을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캐주얼'을 표방한다"며 "제품의 형태가 아방가르드 하다거나 너무 독특한 패치워크가 있는 등의 디자인을 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와키윌리의 대표 제품은 후드 집업, 후드, 맨투맨, 티셔츠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기본 아이템'들이다. 그는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도, 친구들을 만나 성수동에 갈 때도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한 옷이 와키윌리의 지향점"이라면서 "옷을 질 좋고 탄탄하게 잘 만들고 그 위에 그래픽으로 변주를 줘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실장은 "사실 캐주얼 브랜드라고 하면 사람들이 질은 조금 떨어지겠다고 생각하곤 한다"며 "와키윌리는 좋은 소재와 더 예쁜 색상을 사용해 질 좋은 맨투맨, 티셔츠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인식시키려고 한다"고 전했다.

비케이브 와키윌리 사업부의 박성찬 마케팅팀장(왼쪽)과 전이준 디자인실장(오른쪽)이 와키윌리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와키윌리는 장기적으로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브랜드간 '파이 뺏기'를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해외 매출이 브랜드의 전체 성장을 결정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와키윌리를 비롯한 비케이브의 주요 패션 브랜드는 중화권에서 인지도가 이미 어느 정도 쌓여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와키윌리의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중화권 고객들 사이에서 '홍대에 가면 꼭 가야 할 패션 스토어'로 꼽히기도 한다. 박 팀장은 "당장 해외 진출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지만 해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케이브는 와키윌리를 론칭 후 3년 안에 연 매출 1500억원 수준의 메가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는 비케이브의 간판 브랜드인 커버낫 수준이다. 

조 부장은 "와키윌리는 시즌마다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적 역량이 있고 그것을 콘텐츠화 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갖춘 브랜드"라며 "한국에서는 물론 아시아, 미국에서까지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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