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56일 앞두고 벌어진 TV토론…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트럼프 "해리스, 지난 3년반 동안 뭘 했나"
경제, 낙태, 이민, 외교 주제 놓고 '설전'
예민한 부분 공격에 트럼프 흥분하기도
유권자 관심 집중…'부동층 표심'에도 영향
미국 대선이 두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10일 밤(미 동부 표준시간) 민주·공화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첫TV대선 토론이 마무리됐다.
두 후보는 토론에 앞서 악수를 교환했지만 이후 경제, 이민, 낙태, 국가 안보 등을 주제로 난상 토론을 벌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 내내 비교적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던 일부 유권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바이든 정부의 2인자로 낙인찍으며 "지난 3년 반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토론의 첫 주제는 경제 문제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을 넘겨줬다"며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내가 노동자와 중산층을 실제로 도울 계획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재임 기간 동안에는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며 "그들(바이든·해리스)은 미국 경제를 파괴했다"고 맞받아쳤다.
낙태, 이민 등 민감한 이슈에서도 양측은 물러서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공격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로 각 주가 낙태 금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는 감옥과 정신병원에서 나온 이민자들의 입국을 허용했고, 이들이 미국의 도시와 건물을 장악했다"고 주장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국경 강화를 위해 만든 초당적인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명령한 사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도 두 후보는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퇴임할 때 푸틴은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조 바이든은 그것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며 "재집권하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 당신의 상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국가로 우뚝 서게 됐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해리스 부통령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이스라엘은 2년 이내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몰아세웠고, 해리스 부통령은 "내 경력과 인생을 통틀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들을 지지해왔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언제나 지원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펜실베이니아가 핵심 경합주임을 의식한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해리스가 선거에 이기면 펜실베이니아의 프래킹(셰일가스 시추 위한 수압파쇄법)은 취임 첫날에 끝날 것"이라고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프래킹을 반대했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민한 부분을 공격하면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트럼프의 형사 기소 그리고 최근 공화당 출신 거물들이 자신을 지지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의 자제력을 시험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사당 난입 사태는 나와는 무관한 일이며, 형사 기소는 모두 바이든 정부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고, 일부 공화당원의 해리스 지지는 일을 못해 나에게서 쫓겨난 사람들이 한 행동"이라고 답했지만 이 과정에서 조금은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우리의 근본적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며 "다시 과거(트럼프 시절)로 돌아가지 말고 앞으로 10년, 20년간 미국의 미래를 재건하는데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해리스는 앞으로 이런 것 저런 것 등 모든 멋진 일들을 하겠다고 하는데, 왜 지난 3년반 동안 부통령으로서 그런 것들을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며 "그들(바이든·해리스)은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토론은 지난 7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바통을 건네받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후 처음으로 벌어진 대선 후보 양자TV토론이었다.
이번 토론은 대선을 불과 56일 앞두고 진행된데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부동층과 중도층 표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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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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