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수호’ VC협회 마지막 과제… 퇴직연금 벤처펀드 출자 가능할까
이 기사는 2024년 9월 10일 16시 3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민간 출자자(LP)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가 현재까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6월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민간 LP 확대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다만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까지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10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퇴직연금 벤처펀드 출자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중기부는 퇴직연금의 모험 자본 출자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를 이어가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른 시일 내에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는 ‘비상장 주식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퇴직연금감독규정 9조에 따라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퇴직연금은 사용자(고용기관)가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기관 등 사외에 적립해 근로자 퇴직 시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다. 적립금 운용 책임에 따라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IRP형)으로 나뉜다.
이 중 벤처펀드 출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유형은 DB형이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우선 DB형 퇴직연금의 1% 수준을 벤처펀드 출자에 활용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퇴직연금 336조원 가운데 DB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57.3%에 이른다. 약 192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1%만 해도 약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다만 모험 자본에 대한 ‘고위험’ 편견을 깨는 게 선결돼야 한다. 미래가 불투명한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생활과 직결된 만큼 큰 위험을 감수하기는 힘들다. 결국 퇴직연금 입장에선 벤처펀드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임을 입증해야만 출자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윤 협회장은 “지난해 청산한 벤처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9% 수준으로, 국내 금융 상품 중에서 가장 수익률이 좋다”며 “퇴직연금도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들만 가능하도록 허용하면 1% 정도는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업계가 퇴직연금에 강한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펀드레이징 규모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정점을 찍었던 신규 펀드레이징 규모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 추세에 민간 LP가 곳간을 잠그면서 펀드레이징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결성된 벤처펀드 중 민간 부문 출자액은 4조1830억원으로 전체 출자액 중 82.0%다. 2022년(87.5%), 2023년(85.6%)보다 비중이 낮아졌다. 반대로 정책금융 비중은 2022년 12.5%, 2023년 14.4%에서 올 상반기 18.0%로 커졌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의 상반기 출자액은 1조4773억원으로 전년보다 0.9% 줄었고 2년 전(2조6732억원)에 비해선 반토막났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RWA 관리로 인해 금융기관이 출자 문을 닫는 상황에서 퇴직연금을 통한 민간 모펀드 활성화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서는 퇴직연금을 벤처 투자에 활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7월 연기금 9곳이 2030년까지 퇴직연금 자산의 5%를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최대 500억 파운드(약 83조원)가 벤처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퇴직연금 ‘401(k)’도 지난해 기준 연금 자산의 86%를 비상장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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