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품에서 펑펑 운 쏘니, 10년 후 벼랑끝 홍명보 살렸다
손흥민(32·토트넘)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 막내였다.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0대1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그는 펑펑 울며 아쉬워했다. 패장이었던 홍명보(55) 감독이 그런 손흥민을 품에 안고 다독이며 위로해줬다.
그리고 10년 뒤. ‘캡틴’ 손흥민이 지도자 인생 최대 위기에 처했던 홍명보 감독을 벼랑끝에서 구해냈다.
11일(한국 시각)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2차전에서 FIFA 랭킹 23위 한국은 76위 오만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10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28·울버햄프턴)이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찌르며 앞서갔지만, 전반 추가시간 상대 프리킥이 정승현의 머리를 맞고 자책골이 되며 1-1 동점을 이뤘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흐름을 가져오지 못하며 수세에 몰렸다. 절차를 무시하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탓에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 1차전(0대0 무승부)에서 국내 팬들의 야유를 수 차례 받은 홍명보 감독은 이날 오만전까지 비긴다면 자연스레 조기 경질 여론에 휩싸일 분위기였다.
두 팀은 막판까지 팽팽하게 맞섰지만 결정적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한국엔 손흥민이 있었고, 오만엔 손흥민이 없었다.
후반 37분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상대 압박에서 벗어나며 공을 내주자 손흥민은 몸을 돌리면서 절묘하게 상대 수비를 제쳐냈다. 공을 툭 치고 페널티아크 왼쪽으로 들어간 손흥민이 날린 왼발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A매치 49호 골로 한국 역대 2위인 황선홍 대전 감독의 50골에 한 골 차로 따라붙은 순간.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내준 공을 주민규가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3대1 진땀승을 거둔 홍명보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1골 2도움으로 승리를 이끈 손흥민을 덥석 안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손흥민은 “첫 출발은 깔끔하지 않았으나 원정에서 어려운 경기를 이겨 팀은 더 단단해졌다”며 “매번 인생 최고 경기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요르단이 팔레스타인을 3대1로 꺾고,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0대0으로 비기면서 B조는 더욱 혼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요르단(4득점 2실점)과 한국(3득점 1실점), 이라크(1득점)가 1승1무를 나란히 거둔 가운데 골득실과 다득점을 따져 요르단이 1위, 한국이 2위, 이라크가 3위다. B조 6팀 중 조 1~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데 한국으로선 내달 요르단(원정)·이라크(홈) 2연전이 매우 중요해졌다.
홍명보호는 출항 두 경기 만에 첫 승전고를 울리긴 했지만, B조에서 약체로 꼽히는 오만을 맞아 득점 이후 주도권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특히 초반 밀집수비를 하던 오만이 앞으로 치고 나오자 공격적으로 나섰던 한국 풀백의 측면 뒷공간이 지속적으로 뚫리는 등 전술적인 대처가 늦으면서 오랜 시간 흐름을 빼앗겼다.
이번 1~2차전에선 전체적으로 새 얼굴보다는 기존 선수를 활용했는데 그래도 오른쪽 풀백 황문기(28·강원)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팔레스타인전 선발에 이어 이날 교체로 투입된 황문기는 활발한 공격 가담과 뛰어난 기동력으로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측면 수비 자원이 귀한 대표팀으로선 황문기가 오른쪽에서 자리를 잘 잡으면 설영우가 자신이 선호하는 왼쪽 풀백으로 뛸 수 있어 전술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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