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치른 해리스…트럼프는 '바이든=해리스' 묶어치기[美대선 토론]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10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은 사실상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데뷔전이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는 전략을 취한 반면,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의 공세를 역이용하며 맞섰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ABC가 주관한 토론에서 해리스 후보를 향해 바이든 행정부 약점인 이민 문제 등을 중심으로 맹렬한 비난전을 펼쳤다. 현재 행정부가 수백만 명의 이민자를 국내로 유입시켰고, 역사상 최악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미국의 경제를 끔찍하게 만들었다는 논리였다.
현재 미국 행정부 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트럼프 후보는 모든 실정의 책임을 부통령인 해리스 후보에게 돌렸다. 이날 토론에서 해리스 후보를 칭하는 '그녀(she)'라는 단어 못지않게 많이 쓰인 말이 바이든 후보까지 통칭하는 '그들(they)'이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후보는 외교안보 분야 토론에서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그들(바이든·해리스)이 나약하며 무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거나, 이민 문제와 관련해 "그들이 한 일은 (이민자) 수백만 명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주요 동맹과 관련해서는 "바이든과 당신(해리스)은 내가 나토에 요구했던 것처럼 유럽에 요구할 용기가 없다"라고 했다. 트럼프 후보의 주장은 주로 '그들(바이든·해리스)'과 '나(트럼프)'를 비교하는 식으로 전개됐다.
앞서 트럼프 캠프 측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에게 토론 전략을 설명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해리스 후보가 현재 국가 운영의 책임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부통령으로서 상대적으로 국정 책임론에서 비껴가 있던 해리스 후보를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온 것이다.
트럼프 후보의 이날 토론은 실제 이런 전략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후보는 "그(해리스)가 바이든이라는 점을 기억하라"라며 대놓고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를 동일시하고, 해리스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3년 반의 바이든 행정부 임기를 거론하며 "그(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3년 반을 있었다. 그들(바이든·해리스)에게는 국경을 고칠 3년 반의 시간이 있었고, 그들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3년 반의 시간이 있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후보는 "왜 그(해리스)는 (임기 동안) 그런 일을 하지 않았나"라며 해리스 후보가 당장 현재 행정부 실정의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후보는 "아름다운 백악관에서 떠나라"라고 마지막까지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공세 대상을 혼동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공격을 받아쳤다. 트럼프 후보가 묶어치기 공세를 이어가자 "당신은 조 바이든에 맞서 대선을 뛰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은 것이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토론 중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기조를 비판하자 "당신은 나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자신이 곧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트럼프 후보의 주장에는 "명확히 나는 조 바이든이 아니다"라며 "나는 도널드 트럼프도 아니다. 내가 제시하는 건 새 세대 리더십"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후보가 이민 문제와 관련해 '이민자가 반려동물을 취식한다'라는 주장을 내놓자 "이게 대선에서 이전에 부시, 롬니, 매케인과 일한 200여 명의 공화당원이 나를 지지한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의 공세를 자신에 대한 지지 호소로 역이용한 것이다.
해리스 후보는 TV토론 참사 여파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자 대체 주자로 등판했다. 이번 토론은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이인자에 머물렀던 해리스 후보가 대체 후보를 넘어 온전한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자리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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