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 마음에 안 들어… 이겨도 찝찝” 이천수, 오만전 본 뒤 반응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 원정 2차전에서 3대 1로 첫 승을 거둔 것에 대해 이천수는 “경기력이 마음에 안 든다”고 평가했다.
이천수는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오만전 전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실시간으로 전 축구선수 지병주 등과 함께 이날의 경기를 해설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천수는 경기 시작 10분 만에 황희찬(울버햄튼)이 골을 넣자 환호했다. 이천수는 “내가 뭐라 했냐. 황희찬 뛰게 하라고 했지 않았냐”며 “아시아에선 희찬이다. 때리면 된다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축구가 뭐냐? 이렇게 속 시원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오만이 지속해서 공격 기회를 잡자, 이천수는 “중동 선수들은 기 살면 큰일 난다”며 “갈수록 불안해진다. 오만이 점점 붙여놓고 플레이하는 거 보이지 않냐. 자신감이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킥이 정교하지 않아서 그렇지. 오만이 처음엔 겁을 좀 먹었는데 지금 풀린 걸 보니 후반이 위험하다”고 했다.
이천수는 지병주에게 ‘홍명보 축구는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다. 지병주는 “조현우가 막아줘, 손흥민이 골 넣어줘, 황희찬이 골 넣어줘, 김민재가 막아줘”라고 답했다.
선수들이 수비 진영으로 많이 내려온 모습에 이천수는 “손흥민이 많이도 내려와 있네. 불안불안하다”고 했다.
전반 추가시간 오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크로스를 정승현이 머리로 걷어낸다는 게 그대로 자책골로 이어지자, 이천수는 “내가 뭐라 그랬냐. 불안감이 온다고. 계속 공격 안 하고 뒤로 처져서 수비하고 그러니까 골 먹히는 거 아니냐. 우리가 센데 왜 내려가”고 했다. 지병주 역시 “전방에서 압박했으면 됐을 텐데. 한 골을 넣었을 때 (기세를) 죽였어야 한다”고 했다.
결정적인 한방 없이 고전이 이어지던 중, 후반 37분 골이 터졌다. 손흥민(토트넘)이 상대 페널티 박스 바로 밖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패스를 받고 수비를 등에 지고 뒤로 돈 다음 왼발로 감아 차 왼쪽 구석으로 골을 넣었다.
이천수는 “손흥민이랑 이강인, 둘이 한 거다. 끝났다. 나도 ‘와’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라고 했다.
이후 주민규(울산)가 후반 56분 추가 골을 터뜨리면서 오만을 3-1로 꺾었다.
이천수와 지병주는 한국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고 봤다. 이천수는 “경기력은 솔직히 마음에 안 드는데 이겨서 다행이다. 흥민이 때문인가”라며 “찝찝하긴 한데 에이스 흥민이가 해주니까 경기 이겼다”고 했다. 지병주도 “경기력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감독의 전술에 관해 얘기할까 싶었는데, 아직 두 경기 한 거니까 10월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그때도 똑같으면 그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천수는 “색깔의 차이다. 우리가 항상 어떤 축구를 하는지 얘기하지 않냐. 아직 그런 색깔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대체로 우리가 골 넣고 이기고 있을 때 수비가 많이 쳐진다. 오늘 우리가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선수들이 힘들어서 내려갔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원정 경기이기 때문에 우리 진영으로 많이 내려가면 그만큼 당한다”며 “이건 숙제로 풀어야 한다. 홈에서 비기면서 분위기가 안 좋기 때문에 고쳐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이라크, 요르단, 오만, 쿠웨이트, 팔레스타인이 속한 B조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요르단으로, 이날 팔레스타인을 3대1로 꺾었다. 같은 조 6팀 중 조 1~2위가 월드컵 본선에 향한다. 손흥민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는 이제 (3차 예선) 8경기가 남았는데, 인생 최고의 경기를 할 기회가 8번 남아 있다”며 “오늘처럼 이렇게 자신 있게 한다면 충분히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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