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터미널 ‘위치’ 해결 어렵나…TK신공항 두고 대구·경북 또 갈등
국토교통부가 대구경북신공항 복수화물터미널 설치를 공식 검토하기로 했지만 입지를 두고 대구시와 경북 의성군이 또다시 충돌했다. ‘공항 입지’까지 재검토할 수 있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강경 발언이 나오면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0일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경북도의 무관심과 의성의 복수터미널 위치에 대한 무리한 요구로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위군 우보면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플랜B’ 방안도 검토하라”고 대구정책연구원에 지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일대에 추진 중인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화물기 전용터미널 조성 부지로 제안한 민간 활주로 동측안에 대해 의성군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신공항 건설 예정지에서 의성 지역을 제외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신공항 화물터미널 배치 문제를 두고 의성군의 반발이 커지자 의성군을 제외하는 ‘비상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경북도와 의성군은 공동합의문에 따라 공항 물류단지가 예정된 의성에 화물터미널 건설을 요구해왔다. 공동합의문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등이 담긴 대구시·경북도·군위군·의성군이 맺은 4자 간 협약이다.
앞서 국토부 산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추진단은 지난달 28일 대구를 찾아 신공항 기본 계획안을 공개했다. 해당 안에는 군위와 의성에 각각 1곳의 화물터미널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북도와 의성군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당초 의성군이 제안한 지역인 군 활주로와 인접한 군부대 외곽(서편)에 화물터미널을 설치하는 안 대신 민간 활주로 인접 지역(동편)에 화물터미널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지역은 직선거리로 약 5.5㎞ 떨어져 있다.
국토부는 동편의 경우 민항과 인접한 만큼 화물터미널 목적을 수행하기에 더 적합한 위치라는 입장이다. 또 지형상의 이유 등으로 의성군 제안 지역보다 2배 이상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의 기본 계획안 공개 이후 의성군은 즉각 반발했다. 서편은 해발 150m의 평탄한 산지로 1단계 사업 개발(면적 140만㎡) 이후 2배 넘는 면적까지도 확장할 수 있는 반면 동편은 5만여㎡에 불과해 부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의성군 관계자는 “국토부가 제안한 터로는 동네 공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항공물류와 항공정비단지(MRO) 등을 한곳에 집적해 개발할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성군이장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의성군 주민들도 지난 6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동편 화물터미널 설치 반대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의성에 항공정비산업 등이 오지 않는다면 공항사업은 전면 백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 시장은 10일 발언에 이어 11일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TK신공항 문제를 시사하는 듯한 의견을 남겼다.
그는 해당 글에서 “대구시 각종 현안과 갈등을 처리해가면서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통합신공항문제(…) 등 대구시의 오랜 숙원은 이익집단들의 억지와 떼쓰기에 밀려 질질 끌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공항 건설은)현 상태로 가면 10년이 지나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진다”면서 “올해 연말까지 플랜B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홍 시장의 입장을 두고 박정대 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장은 “대구시는 꼼수로 군위군을 대구시로 편입하고 민항터미널 등 돈 되는 건 다 가져갔다”며 “국방부 등과 합의문으로 정한 사항을 대구시장이 시민과 도민을 상대로 사기 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신공항은 대구·경북 백년대계를 위해 꼭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 국토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화물터미널 위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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