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땐 ‘스몸비’ 수업중 ‘몰폰’… 학교는 스마트폰과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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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등굣길.
초등학교 상담교사 A 씨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애들한테 스마트폰 뺏는다고 했다가 칼부림 나면 어쩌냐. 그냥 두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교사 B 씨는 "초등학생들도 '몰폰(몰래 휴대폰 하기)'은 일상이 된 지 오래"라며 "최근 한 학생이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20분 동안 비워서 확인해보니 화장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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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은 일상 등교거부까지 늘어
사이버도박·왕따 도구로도 악용
교사 “폰 뺏으면 칼부림 날지도”
1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등굣길. 스마트폰 ‘겜방(게임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걷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 초등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BJ(인터넷 방송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좁은 골목에 울려 퍼졌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한모(42) 씨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아파트 상가 내 학원 앞은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는 수십 명의 초등학생들로 가득하다고 한다. 한 씨는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을 찾아온 ‘와이파이 낭인’들”이라며 “게임, 유튜브, SNS까지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학생들이 늘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스마트폰 이용률은 99.6%다. 사실상 모든 학생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과의존’으로 인한 부작용이 교실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교사들은 초등학교마저 ‘스마트폰과의 전쟁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 상담교사 A 씨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애들한테 스마트폰 뺏는다고 했다가 칼부림 나면 어쩌냐. 그냥 두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학생들도 늘고 있다. A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마트폰 게임을 하느라 등교를 거부하거나 지각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4학년 교사 B 씨는 “초등학생들도 ‘몰폰(몰래 휴대폰 하기)’은 일상이 된 지 오래”라며 “최근 한 학생이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20분 동안 비워서 확인해보니 화장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속수무책이다. 자녀가 유해사이트나 게임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자녀 스마트폰에 ‘감시 앱’을 설치해도 ‘감시 앱 뚫는 법’을 배우면 그만이다. 초등학교에는 각 반마다 감시 앱을 무력화하는 ‘기술자’가 한 명씩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학교폭력 양상도 진화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C 군은 최근 온라인에서 자신의 얼굴에 여성의 몸이 합성된 딥페이크 영상을 발견했다. 같은 학원에 다녔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생 형들이 C 군을 사칭하는 SNS 계정을 만들어 C 군이 딥페이크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유포한 것처럼 꾸민 것이다. 학교폭력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전화 상담에서 사이버 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6.7%에서 올해 8월 10.1%로 뛰었는데, 이 같은 ‘딥페이크 괴롭힘’뿐만 아니라 ‘채팅방 왕따’ 같은 신종 유형이 늘고 있다. 학부모 D 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강제 초대’된 뒤 익명의 또래들로부터 ‘네 가족 가난하지’ ‘너 ××이잖아’ 등 욕 사례를 당했다”고 전했다. 최근엔 인스타그램 ‘단체 DM(단뎀)’을 통한 ‘단뎀 왕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도박, ‘그루밍 성범죄’ 등에 쉽게 노출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교사 최모(35) 씨는 “남학생들의 ‘제1 취미’가 게임인데, 게임머니로 도박을 배우기도 한다”며 “SNS로 여학생들에게 접근하는 남성이 많다 보니 학생들에게 모르는 사람이 연락하면 무시하라고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노지운·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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