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이번엔 "反대한민국 세력에 맞서야"

"북의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세력" 누군지 규정은 안 해
민주당 "박물관 속 반공주의 들고 나와 국민 목소리 부정"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해외지역회의(미주)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발언을 한 데 이어 이번엔 '반대한민국 세력에 맞서야 한다'며 북한 동조세력을 언급했다. 야당은 “국민을 무참히 적으로 매도한다”고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민주평통 미주지역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 격려사에서 자신의 광복절 8·15 독트린을 두고 “아직도 한반도 북녘땅에는 주민의 민생은 뒷전인 채 권력 세습에만 골몰하는 공산전체주의 정권이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주민들은 감시와 억압 속에 자유를 빼앗기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더이상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두고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하여 평화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대통령과 국민에게 명령한 신성한 책무”라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을 하루라도 빨리 북녘땅으로 확장하기 위해 저와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아직도 무력에 의한 적화 통일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자유주의의 가치 체계와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살포하며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력에 맞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되고, 하나된 자유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자유주의 체제를 무너뜨릴 자유는 없다”며 “이것을 지켜야 된다는 우리의 의지가 확고할 때 북한 주민을 향한 자유 통일의 메시지도 더 크고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선전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지 않았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정당한 비판을 '반대한민국 세력'으로 매도하려고 하느냐”며 “'반국가 세력'도 모자라 이번에는 '반대한민국 세력'을 운운했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도대체 뭐냐”며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세력은 '반 윤석열 세력' 국민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회초리를 들고 있는 국민을 '반대한민국 세력'이라 지칭하고, 북한의 선전 선동에 동조한다 말하는 것이냐”며 “군사독재정권도 국민의 비판을 이렇게까지 무참하게 매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을 '싸워야 할 세력'과 '무너뜨려야 할 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한 대변인은 “박물관 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할 반공주의를 들고 나와 국민의 정당한 목소리를 부정하다니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며 “국정지지도 하락에 따른 초조함에 색깔론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려는 속셈 아니냐. 구태의연한 술수에 속을 국민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