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다닌다고 '글로벌' 아냐…세계 여성벤처인 서울로 모인다"
11월 서울서 세계 최초로 '세계여성벤처포럼'(WWVF) 개최
"여성 기업이라서 특별히 더 지원하고 신경써야 하냐구요? 역차별 아니냐구요? 아직도 '여성' 기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많은 차별과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불이익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직장인' 여성은 차별에서 상당부분 해소됐을 지 몰라도 '기업인' 여성은 보이지 않는 유리장벽과 천장으로 꽁꽁 가로막혀 있어요."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민주 민경석 기자 =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여성기업 수는 24만597개. 그러나 이 중 '수출 경험이 있는 곳'은 1.9%(4465개)에 불과하다. 수출기업의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39.6%로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을 더한다.
여성벤처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여성벤처기업 수는 4842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여성벤처기업의 증가율은 6.9%로 전체 벤처기업 증가율(2%)보다 크게 앞지르는 상황이다.
다만 이중 '수출 경험이 없는' 곳이 86.7%나 된다. 결국 13%에 불과한 여성벤처기업만이 해외에서 직·간접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11일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여성벤처기업들이 나아갈 길로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해 임기 전반기를 가열차게 달려왔다.
그는 임기 내 여성벤처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을 돕기 위해 인도여성기업인단체 교류, 몽골 국회의원 방한단 간담회, 남아프리카 글로벌 교류회 등을 개최했다. 특히 베트남과는 올해 협회 최초로 시장개척단을 구성해 248만 달러 규모의 수출상담을 추진했다.
임기 동안 여성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애를 쓴 그는 이제 '막판 스퍼트'를 위해 오는 11월 세계 최초로 '세계여성벤처포럼'(World Woman Venture Forum, WWVF)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윤 회장은 "취임 당시 내건 공약 중 하나가 '글로벌'이었다. 작은 벤처기업이 홀로 글로벌로 나가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에서 돕고자 했다"며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진출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여성벤처기업 선배로서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다리를 만들고 그들이 다리를 선택해 건너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여성벤처포럼'을 여성벤처기업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강연, 포럼, 해외 바이어와의 네트워킹 장, 여성 기업가정신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동, 아시아 등 10여 개국의 기업인과 바이어가 참여를 약속했다.
그는 "그간 소비자가전쇼(CES) 등 전 세계에서 열리는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들이 왜 우리나라에는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심 끝에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여성기업인들을 서울에 부르자, 그리고 우리 여성벤처기업인들이 전 세계 투자자, 바이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세계여성벤처포럼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3년 차에 행사 규모를 '박람회'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윤 회장은 "올해 첫 행사는 전 세계의 여성벤처업계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장으로 기획하고 있다"며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매년 기술 기반을 가진 여성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서울에서 발표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슴이 뛰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 회장은 "과거에는 우리 지역 우리나라의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했지만 오늘날 기술 발전에 따라 이제는 전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며 "따라서 해외의 우수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글로벌 협력방안을 찾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윤 회장은 또 다른 한 축으로 '지속적인 여성벤처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정보가 곧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여성벤처기업만을 위한 플랫폼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 온 '여성벤처플랫폼지원센터' 구축은 어느덧 막바지 단계다.
여성벤처플랫폼지원센터는 여성벤처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기술개발, 글로벌화 관련 정보를 취합·제공하는 형태가 될 예정이다.
윤 회장은 "협회가 올해로 26년이 됐는데 아직 회원사를 위한 플랫폼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라며 "여성벤처기업이 지속성장하려면 판로, 자금, 기술이 필요하다. 여성벤처플랫폼지원센터를 구축해 판로개척, 자금지원, 기술지원을 통해 여성벤처기업이 스케일업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 "남은 임기 동안에는 지금까지 회원사 간에 활발한 비즈니스 협력‧정보공유‧네트워킹 등 여성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고 해외 시장개척단 등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눈앞의 꽃과 열매보다는 후배 여성벤처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튼튼한 뿌리를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벤협 회장이기 이전에 '여성벤처기업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여성기업인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실패를 겪더라도 성공을 위해 도전하는 정신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조직에 몸을 담아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유리천장'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하다"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도 유리천장은 있다. 조직에서 유리천장을 두들겨보다 안 돼서 창업을 했더니 여성기업인들에게도 유리천장이 있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는 "누구나 성공의 길로 한 번에 가는 사람은 없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박음질을 하는 것과 같다. 실패를 맛보거나 길을 되돌아오더라도 다음에 더 멀리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 된다"라며 "여성기업인들이 역량을 오롯이 펼치고 글로벌 기업인들과 교류하면서 그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임기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민주 기자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약력 △한양대 관광학과 졸업 △숭실대 중소벤처대학원 석사 △숭실대 경영대학원 박사 수료 △지아이이앤에스 대표이사(2005년~현재) △한국여성벤처협회장(2023년~현재) △대통령직속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개발진흥 실무위원 △前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위성활용위원 △前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판뉴딜국정자문위원 △前 대통령직속 과학기술위원회정책조정전문위원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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