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입지마’ 여름엔 ‘벗지마’···인권위 “과도한 교복 지침은 자기 결정권 침해”

배시은 기자 2024. 9. 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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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교복 재킷 착용 의무화 등 복장 관련 규정을 과도하게 적용하는 것은 학생의 자기 결정권이 제한될 수 있고 기본권 보호를 위해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A국제학교가 겨울에 교복용 재킷 이외의 외투 착용을 금지하고, 여름에는 재킷 착용을 의무화하는 복장 규정이 학생의 자기 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고 해당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A국제학교의 교사는 한 재학생이 지난해 2월 날씨가 추워 교복 재킷 위에 외투를 입자 교사가 규정상 교복 재킷 착용만 가능하다며 외투를 압수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날씨가 더워 재킷을 벗자 교사가 규정상 재킷 착용이 필수라며 강제로 입게 했다. 이 학생은 지나친 조치로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국제학교는 학생들의 복장 제한은 학칙에 근거한 것으로, 관련 정책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미리 알려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이 같은 교내의 온도를 선호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자질로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권위는 “A국제학교의 복장 규정은 학생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온도를 고려하지 않고 생활양식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건강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학생들의 개성을 발현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학생 구성원 전체가 기온과 같은 환경에 불편을 감내하고 획일적인 모습을 보여야만 사회성을 기르거나 교육 질서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2018년 ‘편안한 교복착용 관련 학교규칙 운영 매뉴얼 개정 안내’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발송하며 ‘계절별 교복착용 시기는 학생 개인이 계절별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할 것’ ‘교복 외 방한용 덧옷, 조끼 등의 착용 여부에 대해서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등을 예시로 제시한 바 있다.

인권위는 A국제학교에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가 확보될 수 있도록 교원·학생·학부모의 협의로 복장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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