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 외교현장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미 국가사적지 등재

도재기 기자 2024. 9. 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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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한국 관련 건물로 처음…미 연방 문화유산 지위 확보
미국 연방 문화유산인 ‘국가사적지’로 등재된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국가유산청 제공

대한제국의 재외 공관이던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 연방 문화유산인 ‘국가사적지’가 됐다.

미국 내 한국 관련 건물이 연방정부의 국가사적지가 된 것은 처음으로,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주미 공사관)이 지닌 역사적 가치가 공식 인증됐다는 의미가 있다. 미 연방 문화유산으로서의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공사관’이 9월 9일(현지 시간) 미국의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공식 등재됐다는 사실을 미 국립공원관리청으로부터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미국의 국가사적지는 국가사적보존법에 따라 지구(District), 건물(Building), 구조물(Structure), 사물(Object)이 역사적 중요성이나 예술적 가치를 평가받아 등재된다. 이번 등재는 지난 7월 공청회, 8월 미 연방정부 관보 게시를 통한 등재 예고, 국립공원관리청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됐다.

미국 국가사적지로서 주미공사관의 공식 지정명칭은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이다. 국가유산청은 “주미공사관은 등재 평가과정에서 한미외교의 현장으로 미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 건물 내외부의 원형 보존상태 양호, 복원 및 새 단장 공사를 통한 역사적 공간으로의 재현 등이 주요 등재 이유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현 주미공사관 건물은 1877년 개인 저택으로 건립됐으며, 1889년 2월부터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이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길 때까지 16년 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재외공관으로 운영됐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통해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조선은 1887년 초대 주미전권공사로 박정양을 파견했다. 이후 1889년 지금의 건물로 입주해 외교활동을 전개했다.

주미공사관은 당시 서양국가에 설치된 첫 재외공관이었다. 하지만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일본은 이 건물을 강제 매입했고, 1910년 미국인에게 팔았다. 지난 2012년 10월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은 주미공사관을 매입해 소유권을 되찾았다.

이후 자료 조사와 복원, 새 단장 공사를 거쳐 2018년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했다. 현재 주미공사관은 1·2층은 복원과 재현 공간으로, 3층은 한미관계사 콘텐츠 전시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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