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 외교현장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미 국가사적지 등재
대한제국의 재외 공관이던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 연방 문화유산인 ‘국가사적지’가 됐다.
미국 내 한국 관련 건물이 연방정부의 국가사적지가 된 것은 처음으로,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주미 공사관)이 지닌 역사적 가치가 공식 인증됐다는 의미가 있다. 미 연방 문화유산으로서의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공사관’이 9월 9일(현지 시간) 미국의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공식 등재됐다는 사실을 미 국립공원관리청으로부터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미국의 국가사적지는 국가사적보존법에 따라 지구(District), 건물(Building), 구조물(Structure), 사물(Object)이 역사적 중요성이나 예술적 가치를 평가받아 등재된다. 이번 등재는 지난 7월 공청회, 8월 미 연방정부 관보 게시를 통한 등재 예고, 국립공원관리청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됐다.
미국 국가사적지로서 주미공사관의 공식 지정명칭은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이다. 국가유산청은 “주미공사관은 등재 평가과정에서 한미외교의 현장으로 미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 건물 내외부의 원형 보존상태 양호, 복원 및 새 단장 공사를 통한 역사적 공간으로의 재현 등이 주요 등재 이유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현 주미공사관 건물은 1877년 개인 저택으로 건립됐으며, 1889년 2월부터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이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길 때까지 16년 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재외공관으로 운영됐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통해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조선은 1887년 초대 주미전권공사로 박정양을 파견했다. 이후 1889년 지금의 건물로 입주해 외교활동을 전개했다.
주미공사관은 당시 서양국가에 설치된 첫 재외공관이었다. 하지만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일본은 이 건물을 강제 매입했고, 1910년 미국인에게 팔았다. 지난 2012년 10월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은 주미공사관을 매입해 소유권을 되찾았다.
이후 자료 조사와 복원, 새 단장 공사를 거쳐 2018년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했다. 현재 주미공사관은 1·2층은 복원과 재현 공간으로, 3층은 한미관계사 콘텐츠 전시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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