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과일 시장 판도가 바뀐다…인지도 높이는 韓 품종 '아리수·신화'

사과 아리수 보급 10년 만에 900㏊ 달성해
배 재배면적은 원황420㏊ 신화183㏊ 증가
품종 다양화로 병해충 위험↓소비자 선택↑

[세종=뉴시스]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로, 감로, 이지플, 아리수의 모습.(사진=농진청 제공)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국내 기술로 개발한 사과·배 품종이 추석 과일 선물 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후지와 신고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홍로·아리수(사과), 원황·신화(배) 등이 인지도를 높여가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11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30년 전 추석 과일 선물시장에서는 다 익지 않은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색을 낸 '후지'나 숙기가지나버린 여름사과 '쓰가루' 품종이 주로 유통됐다. 배의 경우 도입종인 '장십랑', '신고' 위주로 거래가 활발했다.

특정 품종의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이상기상 피해와 병해충 발생 위험이 높아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주기도 했다. 사과와 배 생산량이 예상을 하회할 경우 그해 추석 과일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 것이다.

농진청은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품종 다양화 전략을 본격화했고 이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사과와 배를 농가에 보급하는데 앞장섰다. 30년 전 추석과 비교할 때 현재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과일 품종이 속속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사과의 경우 1988년 국내 육성 1호 사과 '홍로'와 2010년 개발한 '아리수'가 추석 시장을 변화시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리수는 탄저병에 약한 홍로를 대체하며 재배면적이 보급 10년만에 여의도 면적 3배 수준인 900헥타르(㏊)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수의 아성을 이을 수 있는 사과도 속속 개발됐다. 착과 관리가 쉬운 '이지플'과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운 '아리원', 아삭한 식감에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는 '감로'가 그 주인공이다.

아리원과 이지플은 2020년부터 묘목 업체에 접나무를 공급했고 일부 품종은 판매를 시작했으며 감로는 2022년부터 농가에 공급돼 미래 추석 시장에서는 홍로, 아리수와 함께 국내 품종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세종=뉴시스]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 원황, 신화, 포도 슈팅스타, 배 설원의 모습.(사진=농진청 제공)

배도 30년 전 추석에는 도입종인 '장십랑', '신고'가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8월 중하순부터 시장에 나오는 국내 육성 배 '원황', 8월 하순부터 9월 상순에 나오는 '설원', 9월 상순부터 중순에 나오는 '신화'가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원황은 재배면적 420㏊ 내외를 유지하고 있고 신화는 안성, 천안, 아산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183㏊까지 재배면적이 늘었다. 특히 신화는 신고보다 당도가 1.5브릭스 높고 병에 잘 견디는 특징이 있어 향후 판매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포도 시장에서도 독특한 향과 식감, 색을 지닌 품종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 중이다. 30년 전 추석 시장에는 '캠벨얼리', '거봉' 등이 80%를 차지하는 등 유통 품종이 단조로웠지만 향후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홍주씨들리스'와 '슈팅스타'가 올해 추석에는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품종으로 꼽힌다.

홍주씨들리스는 당도 18.3브릭스, 산도 0.62%에 새콤달콤하고 은은한 머스켓향이 나는 포도로 과육이 아삭하고 저장성이 우수해 유통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상주, 김천, 천안 등 포도 주산지를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늘고 있다.

슈팅스타는 솜사탕 향에 독특한 포도알 색이 특징인 씨 없는 포도로 과육이 단단하고 알 떨어짐(탈립)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아직 재배면적은 3.3㏊ 수준이지만 '껍질째 먹는 솜사탕향 포도'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면 재배면적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 관계자는 "새로운 품종 개발뿐 아니라 개발한 품종이 안정적으로 재배되도록 주산지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전문 생산단지 조성, 농가 교육에 힘쓰는 한편 유통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좌측은 1990년대 과일상자의 모습. 우측은 2024년 과일상자의 모습.(사진=농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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