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변영주 감독 ① “미스터리 스릴러, 즐기니까 버틸 수밖에”[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9.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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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금토극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 사진 MBC



타인의 인생을 훔치는 여자, 그 평생을 건 거짓을 영상으로 구체화했던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이 드라마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거짓’에 대한 이야기다. 기억할 수 없는 영역의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주인공 고정우(변요한)가 자신을 둘러싼 거짓을 벗겨내는 이야기. MBC 금토극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이다.

2012년 ‘화차’를 마지막으로 메가폰을 놨던 변 감독은 정확하게 10년 만인 2022년 ‘백설공주’를 위해 다시 메가폰을 들었다. 그 10년 동안 그에게는 연출자 못지않게 영화평론가, 방송인, 심지어 ‘웃기는 영화인’ 등의 호칭이 붙었다. ‘백설공주’는 그에게 ‘연출 근육’이 있다면 이 근육을 단련하는 기회가 됐다.

단 세 편의 장편 상업영화를 남긴 감독 10년 만의 드라마 도전, ‘백설공주’’는 많은 화제와 함께 변 감독에게도 새로운 숙제와 희망을 남겼다. 작지만 점진적인 희망을 본 ‘백설공주’를 마친 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속내를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이하 변영주 감독과의 일문일답.

- 2%대에서 시작해 최근 6%대까지, 점진적으로 시청률이 우상향 중이다.

“매주 금요일에 영화를 개봉하는 기분이다. 토요일 오전 8시가 되면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대거 온다. 분당 시청률 지표부터 배우들의 반응이다. 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무엇보다 배우들에게 고맙다는 느낌이다. 무거운 내용의 이야기지만 배우들 때문에 시청자들이 버텨주신다고 생각한다.”

- 시청률 상승의 원인을 생각해봤는지.

“정말 모르겠다. 사실 이 장르(미스터리 스릴러)가 요새 몇 년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외면받았다. 마지막까지 보지 않으면 사실 통쾌해질 수 없다. 이를테면 필연적으로 ‘고구마 설정’을 동반한다는 말인데, 사건이 한 번에 해결되지 않으니 채널이나 투자자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한다. 좋아하는 마음이라 고민도 깊어졌다.”

MBC 금토극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포스터. 사진 MBC



- 10년 만의 연출작이자, 첫 드라마다. 연출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좋아하는 장르이고, 실제로 저에게 코미디 연출의 기회가 오지 않는다.(웃음) 다들 알고 있다. ‘저 사람은 방송에 나갔을 때는 웃기지만, 웃긴 걸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있다. 즐기니까 버티는 수밖에. ‘이런 장치가 있으면 견뎌주실까’ 고민하게 하는 장르다.”

- 매회 다음 시청을 기대하게 하는 드라마 연출 작법은 연마했는지?

“홍보팀이 싫어하시겠지만, 매회 엔딩을 쫄깃하게 끝내지는 못했다. 기능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도 다시 보면서 ‘어떻게 끌어와야 했던 거지’ 고민한다. 배우들의 피드백을 받은 이후에도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처음 연출을 결심했을 때 10회까지이 대본을 받았다. 감정과 이야기의 흐름, 회차마다 교집합을 생각하며 계산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 드라마 장르는 좋아했었는지?

“개인적으로는 김홍선 감독의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를 최고로 친다. 이 작품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다. 다음 작품은 내년 7월에 공개되는 드라마가 있다. 그다음은 영화작업일 것 같다.”

- 드라마를 보는 것과 찍는 것은 어떻게 달랐나.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권해요, 배종옥 등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 도와줬다. 충남 당진이 촬영지였는데 많은 배우들을 붙잡고 물어보기도 했다. 조연출이 해야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았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도 잘 해석해주시는 배우들이 많았다.”

- 독일 소설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원작의 팬도 생각했는지?

“영화 ‘화차’의 경우도 일본 소설 원작이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슨 상관이야’하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결과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고 주변 환경이 바뀌면 이는 바뀐다. 소설의 팬을 최대 5만명으로 보는데, 지금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시대에는 더 많을 수 있다. 그걸 원작으로 하든 안 하든, 조그만 마을에 공동체 모두가 범인이라는 상황에서 그 과정에 재미를 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 독일 원작과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의 차이는?

“원작은 범인끼리 연계하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거기에 마을 전체가 사건을 한쪽으로 몰고 있는 설정을 부여했다.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부동산 문제도 넣었다. 그리고 동조자와 음모자 사이에도 단계를 만들어 정치인, 그 밑에 경찰서장 등 층위를 뒀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다. 이 사람들은 어떤 관계인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 (②에서 계속)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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