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110억 부족한데… 향후 판결 따라 수백억 더 필요[멈춰 선 강제징용 배상]

김규태 기자 2024. 9. 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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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 해법으로 지난해 3월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안이 1년 6개월 만에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제3자 변제를 위해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현재 보유한 변제 자금은 6억 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을 토대로 제3자 변제에 나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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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 선 강제징용 배상 - 피해자지원재단 곳간 고갈
52명에게 돈 못준 채 배상 중단
추가소송 50여건… 비용 늘 듯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가 확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 해법으로 지난해 3월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안이 1년 6개월 만에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한·일 양국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하겠다고 한 구상과 달리 민간 참여가 극히 저조한 데다, 사법부의 피해 보상 판결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정치권에선 정부를 겨냥한 ‘친일 공세’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실질적 피해 구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제3자 변제를 위해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현재 보유한 변제 자금은 6억 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52명에게 지급해야 할 120억 원에 비하면 피해금의 95%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을 토대로 제3자 변제에 나선다고 밝혔다. 법적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배상을 거부하자, 실질적 피해 보상과 한·일 관계 회복을 두루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됐다. 실제 재단은 지난해 포스코가 제공한 40억 원의 기부금을 포함, 총 41억7800여만 원을 마련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 11명에게 25억 원을 처음 지급했다. 제3자 변제 방식을 거부한 다른 4명에 대해선 법원 공탁금 형태로 13억 원을 편성해 놓았다.

그러나 올해 기부금이 2억6000만 원으로 급감하면서 보상금 지원은 잠정 중단됐다. 야권에서 이 같은 보상 방안을 두고 “친일 매국 정권”이라는 등 정치 공세를 펼치면서 일본은 물론 한국 기업들까지 참여를 주저한 탓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기업인지도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법적 근거 없이 지원할 경우 배임 등 위법 소지도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단에 남은 기부금은 지난달 기준 약 6억 원에 불과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피해자 2∼3명을 지원하면 바닥나는 돈이어서 집행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피해자와 유가족의 90%가량이 재단에 보상 여부를 계속 문의하고, 외교부와 행안부 등에도 피해금 지급 관련 민원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징용 피해 관련 추가 소송도 50여 건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몇 년 새 승소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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