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유희경의 시:선(詩: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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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통 깊게 잠들지 못한다.
한껏 잤다고 생각하는데 아침이 되면 찌뿌둥하다.
지금 내가 가지고 싶은 게 단 하나 있다면 그건 말끔한 아침, 좋은 아침이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좋은 아침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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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걷히고 구두 의자와 책상 형광등 그리고 천장 일부를 비춘다. 비로소 구두가 사라지나 봐. 그들처럼 나도 몰두하게 되나 봐. 나직하게 말한 것 같은데 모조리 나를 쳐다보는 아침. 이런 게 아침이라면 저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좋은 아침입니다.”’
- 김동균 ‘좋은 아침’(시집 ‘재재소소’)
요즘은 통 깊게 잠들지 못한다. 한껏 잤다고 생각하는데 아침이 되면 찌뿌둥하다. 가만 떠올려보면 간밤에 몇 번 깨었다. 목이 타거나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더워서, 눈 속이 건조해서. 이유는 다양하나 결과는 동일하다. 피곤. 이른바 ‘꿀잠’이라는 상태가 그립다.
온갖 처방이 난무하다.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셔라. 자기 전엔 물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미온수로 샤워해보는 게 어떨까. 정 어렵다면 약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민해보라. 나만의 일은 아닌 모양이다. 잠이 오지 않아서 혹은 자꾸 깨서 한밤중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뒤척이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안쓰러우면서도 가여운 나의 동지들, 하고 생각하면 슬쩍 웃음이 나온다.
불면이나 선잠이나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잠을 자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쌩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리란 거스를 수 없으며 에너지란 무한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전날 밤 뜻대로 필요한 만큼 자지 못했다는 이유로 종일 시달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억울하고 공연한 원망만 생겨난다. 부질없는 투정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싶은 게 단 하나 있다면 그건 말끔한 아침, 좋은 아침이다. 그게 뭐였더라. 흐리멍덩해진 머리로는 떠오르는 게 없어 한탄하다가 까무룩 잠들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아주 푹 잤다. 번쩍 눈이 뜨였고, 가뿐하게 일어났다. 절로 콧노래가 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새삼스러운 새 삶. 버스 정류장에 서서 좋은 아침이란 무엇인가. 지난 하루의 먼지가 깨끗이 닦인 반짝반짝 말끔한 구두 앞코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나 붙잡고 인사하고 싶다.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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