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못하게 왜 안타쳐!” 아무리 슈퍼스타라지만..오타니 향한 도 넘은 MLB의 ‘찬양 경쟁’
[뉴스엔 안형준 기자]
메이저리그의 '찬양 경쟁'이 도를 넘어선 듯하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9월 10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시즌 47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오타니는 이날 도루 1개를 추가해 시즌 46홈런 47도루를 기록했다. 전인미답의 50-50에 한 걸음 더 근접했다.
오타니는 이날 도루 하나를 더 추가할 기회가 있었다. 3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친 오타니는 5회말 1사 1루에서 안타를 기록해 출루했다. 1루 주자였던 크리스 테일러가 3루까지 안착하며 1사 1,3루가 됐다. 2루를 훔칠 절호의 찬스가 됐다.
오타니는 후속타자 무키 베츠가 볼카운트 2-1의 유리한 상황을 점하자 4구째 스타트를 끊었다. 마침 컵스 선발 카일 헨드릭스는 시속 80.4마일 체인지업을 던졌다. 2루에 안착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베츠가 바깥쪽 높은 체인지업을 받아쳐 2-유간을 뚫는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3루 주자 테일러가 득점하며 0-4로 끌려가던 다저스는 첫 득점을 올렸다.
이 장면을 두고 베츠를 향한 '쓴소리'들이 터져나왔다. 디 애슬레틱의 다저스 담당 기자인 파비안 아르다야는 "오타니가 48호 도루를 시도하려 했는데 베츠가 히트 앤드 런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고 중계방송사인 '스포츠넷'의 중계진은 "제발 베츠, 역사를 쓰는 것을 막나"는 멘트까지 했다.
물론 '농담조'의 발언들이지만 최근 메이저리그의 흐름을 감안하면 마냥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타니에게 호의적인 것을 넘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오타니 이전에도 빅리그 역사를 좌우한 수많은 스타들이 있었지만 이런 대우를 받은 선수는 없었다.
오타니가 2023년 WBC 결승전 9회 2아웃에서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기 전에도 종보다 횡의 움직임을 강조한 슬라이더는 존재했다. 많은 선수들이 그런 공을 주무기로 내세우며 활약했다. 하지만 오타니가 말한 '스위퍼'라는 한 단어에 메이저리그는 마치 100년이 넘은 야구 역사를 송두리째 뒤흔들만한, 상상을 초월하는 '필살기'가 등장한 것처럼 반응했다.
지난 겨울을 뜨겁게 달군 FA 계약도 마찬가지였다. 오타니가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FA 계약을 맺으면서 무려 계약 총액의 97%가 넘는 6억8,000만 달러를 '디퍼(지불유예)'로 처리해 연 7,000만 달러가 아닌 연 약 4,600만 달러의 페이롤만 계산되게 만든 것은 엄밀히 말하면 규정의 허점을 파고든 '역대급 꼼수'였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사실 오타니는 10년간 연봉을 2,000만 달러만 수령하고 나머지 경기 외 수익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번 뒤 잔여연봉 6억8,000만 달러를 '연금'처럼 지급받을 수 있는 입장이 됐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페이롤 계산 할인율이 실제 화폐가치인 것처럼 여겨지며 실질적으로 금전적 손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오타니는 '우승을 위해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포기한 야구밖에 모르는 인물'로 포장됐다.
심지어 오타니는 10년 후 주거지를 캘리포니아주 밖으로 옮길 경우 무려 6억8,000만 달러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역대급 규모의 디퍼는 페이롤을 위한 '꼼수' 였을 뿐만 아니라 오타니 개인에게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안기는 '탈세'에 가까운 결과까지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계약 당시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그 뿐이었다. 메이저리그의 누구도 이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저런 계약을 트레버 바우어나 야시엘 푸이그처럼 사무국 혹은 언론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선수가 맺었다면 과연 같은 반응이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흐름은 오타니의 호성적 속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팀을 위해 적시타를 터뜨린 선수에게 '왜 대기록을 막느냐'는 쓴소리가 나오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됐다. 아무리 '농담 반 진담 반'이라고 해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 밖에 없는 선수에게 이런 발언이 향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니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오타니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듯하다. 오타니가 최근 야구의 인기 하락으로 고심하던 메이저리그에 한줄기 빛처럼 나타난 스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도 넘은 찬양 경쟁에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 또한 부정하기 힘들다.(자료사진=무키 베츠)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타니도 못한 기록? 시즌 주인공은 아니지만..올해도 변함없는 ‘꾸준함의 화신’ 라미레즈[슬
- 2024 MLB는 오타니-저지 뿐? 절대강자 스포트라이트에 가린 훌륭한 선수들[슬로우볼]
- 최고는 아니었지만..텍사스가 사랑했던 스타, Adios 엘비스 앤드루스[슬로우볼]
- 반전 만든 채프먼, ‘스타’에 목마른 샌프란시스코와 6년 더..윈-윈 될 수 있을까[슬로우볼]
- ‘오타니보다 비쌀 수 있는’ FA 최대어 소토, 뉴욕 떠나 친정 워싱턴과 재결합?[슬로우볼]
- 규정 바뀌어도 고민인 ‘서비스타임’..완벽한 것은 없고 편법은 늘 존재한다[슬로우볼]
- 과감히 시장 ‘큰 손’으로 나선 캔자스시티, 가을 티켓 지켜낼 수 있을까[슬로우볼]
- ‘2할 승률’ 최하위팀서도 자리 못 잡은 센젤..계속 추락하는 왕년 특급 유망주[슬로우볼]
- 이정후 품으며 시즌 준비했지만 ‘비용 절감’ 수순..시즌 실패 인정한 샌프란시스코[슬로우볼]
- 최악 부진→강등에 ‘특급 경쟁자’까지 마주하게 된 배지환, 위기 이겨낼 수 있을까[슬로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