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만 나면 '급발진' 주장…국과수는 "페달 오조작"
국과수 발표에도 여론은 여전히 불신 팽배
급발진 논쟁, 감정 아닌 '과학적 접근' 필요
"일부 유명 인사 공포심 조장도 경계해야"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 원인이 '페달 오조작'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그간 공포와 불안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급발진 이슈를 이제는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나 미디어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부정 여론에 치우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급발진 주장 88.2%는 '페달 오조작'
11일 국과수가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접수된 급발진 의심 신고는 총 364건이다. 국과수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등을 토대로 의심 신고를 분석한 결과 차량이 파손돼 분석이 불가능한 43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고 321건(88.2%)은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 때도 급발진 논쟁은 뜨거웠지만, 검찰은 과학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 원인이 가속페달 오조작 때문이라고 결론 짓고 운전자를 구속 기소했다. 추후 재판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EDR과 CCTV를 비롯해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 등은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급발진 논쟁, 다른 나라도 뜨겁나
한 해 3천건 이상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차량 결함으로 차가 스스로 튀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인 '급발진'이라는 용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급가속' 또는 '페달 오조작 사고' 등의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사고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면 오히려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여론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급가속으로 인한 사고가 적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급발진이라는 용어 대신 '의도하지 않은 가속'(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SUA)이라고 부른다. 소비자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조차 아직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없다. 지난 2009년 발생한 도요타 급발진 사고은 전자계통 오류가 아닌 가속페달 문제로 결론났다.
이번 국과수 조사 결과로 급발진 주장 사고 대부분이 페달 오조작 때문으로 드러났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그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어느새부터 국내에서는 급발진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감정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부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내놓는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에 자주 노출되면서 운전자 착각을 인정하지 않고,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급발진 논쟁, 과학적 주장 없어"
급발진을 주장하는 이들이 언급하는 주요 내용 중 하나는 'EDR'의 신뢰성 문제다. EDR은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시점 이전 5초 동안의 각종 데이터를 휘발성 메모리에 기록·저장하는 구조다. EDR에 기록이 필요한 정보들은 각각의 제어기로부터 수신하는데, 사고 차량 분석의 핵심인 가속페달과 제동페달 정보 역시 각각 분리돼 수신한다. EDR로 데이터를 보내는 각각의 모든 제어기가 한꺼번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유럽·일본 등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가속 사고 발생시 EDR을 기반으로 조사한다. 국내처럼 EDR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은 해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페달 블랙박스는 공포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급발진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정비 명장과 변호사, 교수 등 3명 가운데 정비 명장과 변호사는 직∙간접적으로 페달 블랙박스 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페달 블랙박스 시장은 불안감과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토록 하는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 사례"라며 "급발진 주장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페달 블랙박스가 아닌 '밟고 있는 페달에서 발을 떼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의 확대가 오히려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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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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