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권 잡으면”…민간인 김건희의 ‘대통령 행세’는 계속된다

김남일 기자 2024. 9. 11.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0일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 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찾아 현장을 살피고 근무자를 격려했다. 대통령실 제공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한강대교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흡사 대통령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의 현장 지시 사항 같지만, 김건희 여사가 경찰에게 한 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0일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 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찾아 현장을 살피고 근무자를 격려했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꾸려진 일정이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김 여사의 현장 발언을 보면 대통령 부인이 통상적으로 하는 격려 수준을 넘어선 말투가 곳곳에 묻어난다.

“김 여사는 ‘관제센터가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 선제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여사는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난 7월11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에서 탈북민들과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저와 우리 정부가 끝까지 함께 할 것”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북한인권 개선에 강한 의지가 있으며,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 등 본인이 대한민국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 여사는 지난해 4월에도 납북자·억류자 가족을 만나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써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에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 부인은 민간인 신분이다. 아무런 공적 지위가 없다. 남북 실무회담 등에서 민감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을, 권한은 물론 전문성도 없는 김 여사가 ‘강경 대응’까지 주문한 셈이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0일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 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찾아 현장을 살피고 근무자를 격려했다. 대통령실 제공

“내가 정권 잡으면….”

2022년 1월 공개된 ‘서울의 소리’ 녹취록 속 김 여사의 ‘내가 정권 잡으면’ 발언은 큰 논란이 됐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듯한 태도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에도 확인된다.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와의 대화에서다.

“제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객관적으로 정치는 다 나쁘다고 생각해요… 막상 대통령이 되면 좌나 우나 그런 거보다는 진짜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게끔 되어 있어요. 이 자리가 그렇게 만들어요.”

대통령의 자리와 ‘영부인’의 자리를 섞어놓은 듯한 태도가 디올백 수수와 함께 논란을 키웠다. 심지어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좀 끊어지면 적극적으로 남북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라는 말까지 했다.

지난 1월 김 여사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과거 여러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 문제에 사과할 때 이런 태도를 취했다. 윤 대통령을 뒤로 물리고 김 여사가 나서 여당 비대위원장에게 사과를 전한 행태는 ‘윤석열 영부남’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김 여사가 공무원을 지휘하는 듯한 모습이나 정치적 발언을 하는 일은 자주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대정부질문에서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지난해 1월 박 의원은 ‘조용한 내조’ 약속을 깨고 김 여사가 떠들썩하게 대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지금 보니까 영부인이 아니라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김 여사의 ‘대통령 행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허위 이력 논란에 카메라 앞에 섰던 장면이 거론된다. 2021년 12월 허위 이력 논란으로 남편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김 여사는 본인 관련 사건·의혹이 터질 때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몇 개월씩 외부 활동을 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 별다른 설명 없이 대외 행보를 재개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김 여사를 ‘관리’할 제2부속실 설치는 공사를 이유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0일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 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찾아 현장을 살피고 근무자를 격려했다. 대통령실 제공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